2010년 4월 1일 목요일

모니터보고서2호_지금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마르자에서 칸다하르로 이어지는 학살 전쟁

 

오바마 정부는 미군 3만 명을 아프가니스탄에 증파했다. 이중 상당수가 탈레반의 영향력이 큰 남부 헬만드 주에 배치되고 있다. 나토(NATO)군과 미군은 지난 2월 남부 헬만드 주 마르자에서 아프가니스탄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저항 세력 소탕 작전을 벌였다. 그리고 지금은 칸다하르로 작전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나토군 책임자는 “이 작전은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탈레반 세력을 소탕해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달리 민간인들이 학살당하고 있다. 나토(NATO)군은 마르자에서 로켓공격으로 민간인 12명을 학살했다. 이미 작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마르자는 ‘유령 도시’로 변해가고 있었다. 마르자 주민들은 미군과 나토(NATO)군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피난길에 올랐다. “민간인들을 보호”한다는 작전 때문에 민간인들이 “살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한다.” 이런 비극은 마르자만의 일은 아니다. 2 21일 우르주간 주에서도 나토(NATO)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33명이 학살당했다. 폭격기는 민간인들이 탄 버스 3대를 공격했고, 사건 직후 우르주간 주 주지사는 사망자가 모두 민간인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미군과 나토(NATO)군의 대공세에도 아프가니스탄 전황은 불안하기만하다. 마르자만 하더라도 미군과 나토(NATO) 군은 탈레반 세력을 소탕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미 해군은 마르자에서 탈레반 세력을 소탕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군이 떠나고나자 다시 탈레반 세력이 그 지역을 장악했다. 이와 같은 일이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점령이 낳은 끔찍한 ‘부수적 피해’(미군은 민간인들의 피해를 ‘부수적 피해’라고 부른다) 때문에 분노한 민간인들이 탈레반 세력에 가담해 반점령 투쟁을 벌이고 있다. 미군이 베트남에서 겪은 악몽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재현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토록 미군이 “민간인들을 보호”하겠다고 목청을 높여도 점령이 지속되는 한 학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미군과 나토(NATO)군의 언론 통제 때문에 우리는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자세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오바마 정부가 어떤 미사여구를 쓰더라도 지금 이 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민간인 학살의 추악함을 가릴 수는 없다.

 

‘평화’협상

 

오바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대공세를 펼치면서 한 편에서는 저항 세력 중 온건파와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유엔과 유럽연합은 저항 세력 중 ‘헤즈브--이슬라미’와 ‘평화’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탈레반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없다는 패배감이 팽배했던 1969년 ‘평화’협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에도 미국은 저항 세력을 분열시키고 일부를 매수해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안정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라크와 달리 아프가니스탄은 그럴만한 세력을 미군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헤즈브--이슬라미’는 외국군이 올해 7월 철군해야 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15개 평화안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 대사관 대변인은 ‘헤즈브--이슬라미’ 대표단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딱잘라 말했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는 협상 카드를 꺼내 들 때마다 이런 딜레마에 시달릴 것이다. 애초 탈레반은 이 전쟁이 시작되기 전 미국 정부에 협상을 제안했다. 빈 라덴을 이슬람 국가의 법정에 세운다는 조건으로 미국에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협상을 할 수 있다면, 애초 이 전쟁은 왜 시작한 것인가?

 

지금 아프가니스탄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세력은 누가 보더라도 미군도 나토(NATO)군도 아닌 탈레반이다. 또한, 저항 세력은 지난 세기 대영 제국과 소련의 침략을 물리친 역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가 한 편에서는 대공세로 학살을 벌이며,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아프가니스탄 전황을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떠올려보면 ‘평화’협상 기간 민간인 학살은 더 빈번했고, 대규모로 벌어졌다. 따라서 2011년 철군(이조차도 오바마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을 우리는 기다릴 여유가 없다. 학살을 인내할 이유가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1년이 아니라 지금, 바로 지금이 철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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