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일 목요일

모니터보고서2호_'PKO 신속파병법'제정, 또 하나의 '악법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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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O 신속파병법' 제정, 또 하나의 '악법 탄생'

*2009년 12월 30 <민중의 소리>에 기고한 글 입니다.

 

"MB정부의 '묻지마 파병법' 인정치 말아야 한다"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평화유지군(PKO) 신속파병법으로 알려진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찬성 129, 반대 54, 기권 16표로 통과됐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안을 2월 국회로 넘기기로 약속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올해가 끝나기 전에 더 손쉽게 파병할 수 있는 법률안을 제정한 것이다.

 

16대 국회에서 '평화유지활동 목적의 해외파병을 위한 상비군창설법안'이 폐기된 뒤, 17대 국회에서도 '국군부대의 국제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폐기됐지만 평화유지군(PKO) 신속파병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묻지마 파병법

 

매번 평화유지군(PKO) 신속파병법이 논의될 때마다 이를 반대해 온 시민사회단체들뿐 아니라 진보적인 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은 이 법이 '국군의 해외 파병은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헌법 제60 2항에 위배되는 법률이라고 반대 의견을 내왔다. 이번에 통과된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6조를 제4항을 보면 “정부는 병력 규모 1천명 범위(이미 파견한 병력규모를 포함한다)에서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평화유지활동에 국군부대를 파견하기 위하여 국제연합과 파견지 선정, 부대편성, 별격규모 결정, 보유장비 등에 관하여 국군부대의 해외 파견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잠정합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모두 총족해야 할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해당 평화유지활동이 접수국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파견기간이 1년 이내인 경우 3.인도적 지원, 재건 지원 등 비군사적 임무를 수행하거나, 임무 수행 중 전투행위와의 직접적인 연계 또는 무력사용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4. 국제연합이 신속한 파견을 요청한 경우.

 

이 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국회 동의를 전제로 국제연합과 잠정합의하는 것이니 국회의 동의권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국제연합과 ‘협의’도 아니고 ‘합의’해 이미 파병지, 부대편성, 병력규모, 보유장비 등 파병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국회더러 파병 동의안에 서명하라는 것이니 사실상 국회 동의권을 무력화하는 법인 셈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정부의 파병 정책이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평화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묻고 국민들에게 의견을 구해야 마땅함에도 자신의 구실을 스스로 부정하고 정부의 파병 정책에 거수기 구실을 하겠다는 꼴이다. 요즘처럼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법안들과 예산안들을 통과하려는 국회가 '쓸모 없거나 나쁘거나' 할 때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상시적으로 해외파견을 준비하는 국군부대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정부와 한나라당은 평화유지군(PKO) 신속파병법을 빠른 시일 내에 제정하기로 했고, 이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국방부는 1천 명의 군인들을 언제든 파병할 수 있고, 또 예비병력까지 고려해 3천 명 규모의 신속파병부대를 창설할 계획까지 모두 세워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평화유지군(PKO)을 파병한 나라들 중 언제든 파병이 가능한 상비부대를 설치한 나라는 거의 없다. 상비부대를 두고 언제든 기회만 생기면 손쉽게 파병하려는 호전적인 이명박 정부는 팽창 야욕을 뒷받침하는데 이 법을 적극 활용하려 들 것이다.

 

평화유지군(PKO)이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그 동안 이명박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추진해 오면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요청이 있었고, 무엇보다 국제연합(UN)이 승인한 전쟁이기 때문에 정당성이 있으며, 인도적 지원과 재건 지원 등 비군사적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것이라고 파병 결정의 정당성을 설파해 왔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보면 접수국의 정부 동의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그리고 국제연합(UN)이 파병의 정당성을 보증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는 미군의 보호 없이는 카불을 벗어나지 않아 ‘카불의 시장’으로 조롱당하는 대통령이다. 1백만 표 이상의 부정표로 대선에서 승리한 그는 평범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대변하지도 못할뿐더러 오히려 증오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미군이 없었다면 벌써 무너졌을 정부다.

 

유엔 결의로 만들어진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지난 8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와 재건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줬다. 평화, 민주주의, 재건을 내세운 점령군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생지옥’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내 국제연합(UN) 건물이 무장저항세력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국제연합(UN)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한 직원들의 60% 이상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정부가 말하는 인도적 지원과 재건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는 이번 국회 예산안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4대강 사업하느라 22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겠다는 정부가 결식아동 지원금은 삭감하는 예산안을 내 놓았다. 결식아이들이 끼니를 굶게 생겼고, 독거노인들과 저소득층에 지원되던 난방비가 줄어 혹독한 겨울을 나게 생겼다. 주판알을 튕기며 이해타산을 앞세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평화, 재건, 민주주의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레바논 평화유지군(PKO) 파병 경험을 떠올려 보면 국제연합(UN)은 공정하지도 않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 레바논에 파병된 동명부대는 미국과 중동의 테러 국가 이스라엘에 편향돼 있는 유엔 결의안 1701호를 근거로 파병됐다. 2006년 레바논 전쟁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정치조직인 헤즈볼라를 제거하기 위해 벌인 일방적인 침략 전쟁이었다. 그런데도 유엔 결의안 1701호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보장한 채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요구했다.

 

따라서 패권 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강대국들이 국제연합(UN)을 지배하는 한 평화유지군(PKO)은 진정한 평화유지와는 거리가 먼 일들을 계속해서 하게 될 것이다.

 

파병 중독증

 

최근 한국전력 컨소시엄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 이후 정부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한 건설을 위해 파병도 고려해 봄직하다고 말했다. 철군한 지역에 재파병을 강행하는 것도 모자라 건수만 생기만 파병하고 싶어 안달 난 정부다.

그 동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한국이 강대국의 패권 전쟁을 지원해 왔다는 인식을 국제 사회에 심어준 데 더해, 테러 대상 국가가 돼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제위기로 해외직접투자가 전년도보다 43%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직접투자는 오히려 49% 늘었다는데 공교롭게도 이 두 지역이 바로 한국정부가 그토록 국민의 반대 여론에 귀막고 한국군을 파병해 온 지역이자 앞으로도 파병을 확대하고 싶어하는 지역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부터 이 두 지역에 대한 경제 협력뿐 아니라 군사 협력도 강화해 왔다. 현재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청해부대가 파병돼 있고, 이번 국회에서 또 다시 파병 기간이 연장됐다.

 

이명박 정부도 강대국의 패권 전쟁에 파병할 때마다 홍역을 치러온 역대 정부들처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여론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연합(UN)의 군복을 입혀 군대를 손쉽게 파병할 수 있는 이런 법이 제정되기를 기다려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바람과 달리 파병을 추진할 때마다 정부는 반대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평화, 인권, 민주주의, 재건, 인도주의 등등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 지금 이명박 정부의 바람대로 향후 파병 정책이 순탄히 추진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한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은 이 법을 인정치 않아야 하며, 정부의 파병 정책에 저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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