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반전평화연대(준)
발행일: 2010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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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서>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가혹한 경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NPT와 핵없는 세계: 2010년 NPT 평화회의와 향후 과제
발행: 반전평화연대(준)
발행일: 2010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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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서>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가혹한 경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NPT와 핵없는 세계: 2010년 NPT 평화회의와 향후 과제
::여는 글
끝나지 않은 전쟁, 심화하는 위기
부침을 겪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경제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군비를 1995년 수준으로만 낮춰도 6년 이내에 전 세계 외채를 탕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비가 무려 6조 달러가 넘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전쟁을 중단하고 전 세계 민중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 돈을 써야할 때입니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전쟁광들은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바마가 지난 9월 1일 이라크 종전 선언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보다 긴 이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실현된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미군 5만 6천 명이 이라크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안정적인 친미 정부를 세우지 못한 미국은 ‘아프팍’ 전쟁 때문에 이라크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그 자리를 이란과 같은 국가가 채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말과 달리 이라크 전쟁이 끝나지 않은 이유를 <이라크 종전 선언과 전망 : 전쟁은 과연 끝난 것인가>에서 분석합니다.
‘아프팍’ 전쟁은 어떻습니까? 몇 달 전 아프가니스탄 나토군 총사령관이 경질됐습니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이라는 말은 ‘아프팍’ 전쟁 사령관들을 두고 생겨난 말인 듯합니다. 승리의 전망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아니라 탈레반을 소탕하겠다고 벌인 작전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은 아직 전쟁을 그만둘 의지가 없다>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전황과 왜 오바마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지를 분석합니다.
야만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우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민간구호선단을 공격해 무려 9명을 살해한 야만을 기억합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를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구호선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번호에는 가자지구의 상황을 전하는 두 편의 번역 글이 실려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됐습니다. 올해에만 무려 10여 차례에 걸쳐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열립니다. 중국과 북한은 군사훈련이 있을 때마다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미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쟁을 부르는 한미군사훈련>은 한미군사훈련이 부를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독자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을 보유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들은 모두 미국의 동맹 국가들로 미국의 지원과 묵인 속에서 핵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진정한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은 핵없는 세계를 지향합니다. 그러나 미국 중심의 위선적인 핵정책으로는 핵문제를 해결 할 수도 없으며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NPT 회의 소식을 전하는 글은 NPT의 문제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올해 11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G20 국가들을 살펴보면 대다수 국가들이 직간접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지·지원하고 있습니다. G20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대응을 준비 중입니다. 반전평화연대(준)도 오바마판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지원하는 G20을 규탄하며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행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G20과 패권전쟁>은 잘 알려지지 않은 G20 소속 국가들이 그 동안 어떻게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해 왔는지 자세히 소개합니다.
이번 <반전평화연대>가 강대국의 패권 전쟁이 중단되길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지난 7월 아프가니스탄에 한국군이 재 파병되면서 많은 이들이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여전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는 대안은 이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행동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파병 국가의 대다수 국민들이 철군을 염원하고 점령 종식을 원합니다. 이것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싸워 나갑시다.
그들은 아직 전쟁을 그만둘 의지가 없다
::글_ 까밀로(경계를넘어)
지난 달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전역에 중계된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서의 미군의 전투 임무가 종료되었음을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미국 국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불과 2주 전, 2차 세계대전 종전 6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수십 명의 젊은 남녀들이 뉴욕 타임 스퀘어에서 수병과 간호사 복장을 한 채 키스 세리모니를 했던 것과 같은 기념 이벤트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10년 가까이 끌어온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피로감과 당최 빠져나올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 그리고 그에 따른 실업률 증가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전투임무를 종료했다는 거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별다른 감흥이 없기는 오바마 대통령 자신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수천 명의 군중들을 모아놓고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신 자신의 집무실에서 방송 카메라를 앞에 두고 마치 점잖은 교수님처럼 "이제는 (역사의)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 운운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이런 오바마의 태도는 어찌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이라크 전쟁에 대해 “잘못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국민들을 속인 잘못된 전쟁”이라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즉, 이라크 전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오바마의 전쟁이 아니었으며, 전임자가 누고 간 똥을 자기가 대신 치운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달랐다. 역시 대선 후보이던 시절, 그는 ‘이라크 전쟁은 나쁜 전쟁, 아프간 전쟁은 정당한 전쟁’이라며 두 개의 전쟁을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반전 여론이 월등히 높은 자기네 지지자들의 기대를 교묘히 피해갔다. ‘미국을 공격한 테러리스트들이 숨어있는 곳은 이라크가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이다, 그러니 이라크의 병력을 아프간으로 돌려서 신속히 테러리스트들을 격퇴시키고 우리의 젊은이들을 집으로 데려오겠다, 예스 위 캔’ 하고 말이다.
이번 연설에서도 그의 그런 ‘담대한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알 카에다는 계속해서 우리를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고, 그 지도부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지대에 몸을 숨기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분쇄, 해체, 격퇴시키는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리스트들의 기지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것이다. 이라크에서의 철수 덕분에 우리는 이제 공세를 가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했다.
그의 이런 자신감 덕분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미 오바마의 전쟁이 된 지 오래다. 이는 몇 가지 단순한 수치를 통해서도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미군의 수는 3만 3천 여 명에 불과했으나,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그 세 배인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오바마가 공식 취임한 2009년 1월 20일부터 올 해 8월 중순까지 사망한 미군의 숫자는 모두 577명으로, 부시가 집권하던 기간에 사망한 575명을 넘어섰다(icasualties.org 통계). 물론 미군 사망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동안 사망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의 수는 최소 1,200명, 부상자는 1,997명을 기록해 2001년 탈레반 정권이 쫓겨난 이래로 가장 많은 민간인 인명피해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모두가 이제는 더 이상 부시 전 대통령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오바마 스스로가 안고가야 할 업보인 것이다.
어찌됐든 간에,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머릿속에 그리는 아프가니스탄 해법은 아주 단순하다. 단기간에 많은 병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서 탈레반을 몰아내고 치안을 안정시켜 아프간 주민들의 ‘마음(hearts and mind)'을 사로잡은 다음, 아프간 정부에게 치안 유지의 책임을 넘기고 ‘모양새 좋게 빠져나오는(graceful exit)' 게 그의 구상이다. 물론 요 근래 아프간 주둔 미군 및 나토군 사령관에 취임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David Petraeus)는 퇴각이란 표현에 여전히 발끈하며 반드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그걸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승리란 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건지조차 애매모호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오바마의 아프간 해법은 전혀 귀에 설지 않다. 바로 부시의 이라크 해법과 붕어빵처럼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를 아프간으로, 부시를 오바마로 바꿔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 때문에, 공화당과 우파들은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 부시의 이라크 증파 결정에 끝까지 반대한 사실을 들먹이며 오바마를 조롱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에이, 잘난 척 하더니 너도 별 수 없네”하고 말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해법은 온전히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부시 시절부터 양대 전쟁의 판을 짜고 지휘해온 전 현직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및 나토군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탈(Stanley McChrystal)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를 비롯한 미 국방부의 장군들이 짜놓은 구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에 대해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지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패프(William Pfaff)도 ‘모양새 좋은 퇴각은 불가능하다(There can be no Graceful Exit)'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할 무렵, 당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총괄하는 사령관이던 퍼트레이어스는 이미 (아프간 전쟁) 계획을 다 짜놓은 상태였고, 군사적으로 초짜인 오바마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 예상했다... 이 계획은 10만 명이 넘는 병력을 새롭게 증파하고 거기에다 그 수만큼의 민간 군사요원들을 늘리는 것이었다... 오바마가 이 계획이 2011년 7월 미군이 철군을 시작할 수 있게끔 일 년 안에 승리를 보장해 줄 수 있을 지 묻자, 그들의 대답은 ‘문제없습니다, 대통령님’이었다.”
물론 대통령이 참모들의 조언을 듣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어차피 최종 결정과 책임은 대통령의 몫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굳이 이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오바마가 아프간 전쟁의 해법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했던 퍼트레이어스와 미 국방부가 보이는 행보가 심상치 않아서다. 그는 지난 8월 15일, 미 NBC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프간 미군의 대규모 조기 철군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그 다음날 뉴욕 타임즈는 “퍼트레이어스는 심지어 내년 여름 미군이 절대 철수해서는 안 된다고 (대통령에게) 제안할 가능성까지도 열어놓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비단 퍼트레이어스 뿐만이 아니다. 퍼트레이어스처럼 총대를 메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지 않을 뿐,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나 합참의장인 마이크 물렌 역시도 미국 정부의 최우선 순위는 “(철수가 아닌)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2011년 7월 철군 시작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때마침 8월 22일자 워싱턴 포스트 지에는 그런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그 일부분만 인용해 보면,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북부에 각각 1억 달러 씩을 들여 공군 기지 세 곳을 확장하겠다는 (미 국방부의) 이번 발표는 미래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증강된 군사 작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군사)시설을 계속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세 가지 공사는 모두 2011년 하반기가 지나서야 완공될 것이며, 아프가니스탄 군이 아니라 미군이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이 기사가 틀린 게 아니라면, 당연히 상식적인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니, 내년 7월부터 철군을 시작한다면서 수천억 원의 돈을 들여 기지를 확장한다고?’ 하는 의문 말이다.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퍼트레이어스 사령관과 미 국방부의 미심쩍은 행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과 나토 연합군인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8월 25일자로 기자들에게 보도 자료를 하나 배포했다. 그 대강의 내용은, 헬만드주 마르자 지역의 탈레반 사령관 물라 니아맛(Mullah Niamat)이 “탈레반은 마르자(Marjah) 지역에서 패배하고 있으며 승리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을 휘하의 반군들에게 공개적으로 인정했”으며, 이는 “전투에서의 패배와 아프간 주민들의 반감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 기초한 판단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해당 보도 자료에서는 “나라 전체적으로 반군들의 사기가 아주 낮아지고 있다”는 ISAF의 대변인인 조제프 블로츠(Josef Blotz) 독일군 준장의 말도 인용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마르자 지역은 올 2월 중순부터 ISAF와 아프간 연합군이 ‘무시타라크(모두 함께)’라는 작전명 하에 탈레반을 상대로 전면대공세를 벌여온 곳이다. 따라서 ISAF의 보도 자료는 자신들의 작전이 상당한 성공을 거뒀음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인 셈이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 깔린 논리는 이렇다. “이제 막 투자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벌써 내년 여름부터 철군이라니요. 아니 되옵니다, 각하.”
그러나 ISAF 측의 이와 같은 주장은 즉각 반론에 부딪치게 된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안보개발위원회(ICOS)>는 마르자가 위치한 헬만드와 칸다하르 주에서 지난 7월에 522명의 주민들을 상대로 벌였던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금도 마르자는 여전히 탈레반의 통제권 하에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또한 마르자 주민들은 탈레반의 전술에도 “분개하고” 있지만, 단 한 명을 제외한 피면접자 전원이 미군과 나토군에게 더욱 강하게 분노하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고 한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 지의 조슈아 파트로우(Joshua Partlow)기자 역시도 탈레반 전사들이 전통적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미했던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오지 마을에서 국지전을 벌이는 사례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나라 전체적으로 반군들의 사기가 낮아지고 있다”는 ISAF측과 정반대되는 주장을 펼쳤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아름답게 물러날” 수 있는 가능성이란 애초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인력과 물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아프간 무장 세력을 최대한 분쇄한 후 빠져나오겠다는 오바마의 구상은 틀렸다. 그럴수록 아프간 민간인들의 피해만 가중시킬 뿐, 미국이 더 이상 손에 쥘 수 있는 건 없다. 그런데도 미 군부의 전쟁광들은 여론을 호도하며 대통령의 철군계획마저 뒤엎고 전쟁을 지속시키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행여나 ‘이라크 전쟁은 이제 끝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내년 7월부터 철군이 시작되면 슬슬 정리 수순에 돌입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아직 때 이른 착각이다. 바로 이것이 점령을 막기 위한 우리의 싸움이 계속되어야 할 이유다.
이라크 종전 선언과 전망 : 전쟁은 과연 끝난 것인가?
::글_ 김덕엽(다함께)
8월말 미군의 이라크 “전투 임무 종료”에 맞춰 오바마는 전투 병력을 이라크에서 철군시켰다. 2003년 부시가 ‘이라크의 자유’라는 작전명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략한지 7년 4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 때문에 100만 명이 넘는 이라크인 들이 목숨을 잃었다. 고향을 등지고 해외로 피신한 난민이 180만 명이 넘고 국내에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수만큼 있다. 그리고 무려 4419명의 군인들이 이라크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번 전투병 철군이 이라크에서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5만 6천 명의 미군이 이라크에 남아 있다. 그리고 전투 병력이 철군한 직후 이미 한 명의 미군이 이라크 남무 바스라에서 작전 중 사망했다. 비극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전쟁의 명분이던 대량살상무기는 어디 있는가? 지난 3월 맷 데이먼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제거하는 임무를 받고 파병된 미 육군 준위를 연기한 <그린존>이 풍자했듯이 애당초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날조된 거짓말로 전쟁을 시작한 범죄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부시는 집권 말기인 2008년 12월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인 알-자이디에게 신발 역습을 받은 것 이외에는 전임 대통령으로서 모든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가장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자는 블레어다. 이 자는 중동 평화 특사로 공식 활동을 하며 기업들의 막대한 후원으로 돈방석에 앉더니 최근 투자은행까지 설립했다.
그런데 오늘날 이라크 전쟁은 전쟁범죄자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씁쓸한 결말 그 이상을 의미한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부상하는 경쟁 국가들을 제압하고 지정학적 요충지인 중동을 재편해 제국으로서의 패권을 공고히 하는 원대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7년 동안 미국이 이라크 전쟁으로 얻은 것이라고는 군사력의 과시와 지정학적 우위가 아닌 “지정학적 대참사”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은 대외 정책에서 정당성의 위기를 겪게 됐을 뿐 아니라 아무리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이라도 자기편이 많지 않은 곳에서 민중의 저항에 직면했을 때는 패배할 수 있다는, 오래된 진리를 재확인해 줬다.
‘아프팍’ 전쟁에서 인기를 잃은 오바마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이번 철군을 자신의 중요한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즈>가 지적했듯이 미군 철수는 부시가 이미 말라키 정부와 합의한 것이자 이라크 전략을 수정(이라크에서 대규모 미군을 철군시켜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자는)하자는 로버트 게이츠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임 정부의 대외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바마에게는 사실상 이라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아프팍’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군을 이라크에 묶어 둘 수 없을 것이며,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실패한 전쟁”으로 인식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지배자들은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이제 이라크 전쟁은 끝난 것인가? 2011년까지 이라크 경찰을 양성하기 위해 남겨진 5만 6천 명의 미군까지 모두 철수하면 미국은 이라크에서 손을 뗄 것인가?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와 이미 상화안보협정을 맺었다. 이것은 이라크 내 외국 군대의 공식 지위를 확정한 협정이다. 전투부대는 철군했지만, 미국은 이라크에 주둔할 미군 병사 5만 명을 전투부대에서 “자문-지원 여단”으로 교묘하게 재분류했다.
이는 미군의 명칭 변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군 지휘관들도 이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전투부대 철군이 미군이 참전하는 전투의 종식을 뜻하냐는 CNN 기자의 질문에 레이 오디에르노 이라크 주둔 사령관은 “아니다” 하고 말했다.
“전투 작전 수행을 위해 편성된 우리 부대가 주둔한다는 뜻이다. … 주둔 부대가 자문ㆍ훈련ㆍ지원을 조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체 방어 능력은 물론이고 필요시 또는 요청시 전투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오디에르노는 미군이 2020년까지 이라크에 주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군 전투복을 착용한 병사들만이 아니라 민간업자 수만 명이 이라크에 있다. 오바마 정부는 “유례없는” 민간 활동에 착수했다. “민간업자들의 소규모 군대”가 이 활동을 지원한다. 따라서 오바마가 지난 9월 1일 이라크 전쟁 종전 선언을 한 것과 달리 현실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라크 내 정치 상황과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미국이 쉽게 손을 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는커녕 안정적인 친미 정부를 수립하지 못한 미국은 자신이 나간 자리에 이란처럼 이미 이 전쟁으로 오히려 중동 내 영향력이 커진 국가들이 자신의 공백을 메울까봐 곤혹스러워 한다. 지난 3월 선거 이후 이라크는 정부도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이라크 주변을 둘러싸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란, 시리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이라크 내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로버트 게이츠는 “새로 들어서는 이라크 정부가 미군의 계속 주둔을 위한 협상을 원할 경우 우리는 이에 응할 것”이라며 미군은 2011년 이후에도 계속 주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 앤서니 코데스만은 “이라크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승리하지도 않았다”며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오바마 정부에 조언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호언장담한 ‘아프팍’ 전쟁이 “실패한 전쟁”으로 돼 가고 있는 지금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혹여 이라크에 이어 ‘아프팍’ 전쟁에서 회복하지 못한 제국의 체면을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이란 격 카드를 꺼내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만이 상처 입은 야수를 확실히 잠재우는 방법이다.
한반도 전쟁을 부르는 한미 군사훈련
::글_ 2005 파병단식동지회
7월 25~28일 동해에서 훈련명 ‘불굴의 의지’ 아래 실시된 한미연합 해상 · 공중훈련에서 전 세계에 대한 미국 군사적 패권의 정점이라 할 미 해군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펼쳐졌다. 북한과 중국 코앞에서 일어난 한미연합 군사훈련에서 해상력 장악을 통한 공중전과 지상전의 압도라는 미국의 군사전략은 가감 없이 발휘되었다. 미 해군 6개 함대 중 하나인 제7함대의 주력이 바로 눈앞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은 해상 전력을 중심으로 미국이 북한은 물론 중국을 ‘초기 제압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북한과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였다. ‘불굴의 의지’ 훈련에는 7함대의 핵심전력인 조지 워싱턴호(9만7000t급) 항공모함, 이지스급 구축함, 아시아 최대수송함인 독도함(1만4000t급), 4500t급 한국형 구축함(KDX-Ⅱ)인 문무대왕함 및 최영함, 1200t급 잠수함, LA급 원자력추진 잠수함(7900t급ㆍ투산) 등 양국 함정(잠수함 포함) 20여척이 참가했다. 또한 세계최강의 F-22전투기(랩터)를 비롯한 F/A-18E/F(슈퍼호넷) 및 F/A-18A/C(호넷) 전폭기, 조기경보기 E-2C(호크아이 2000)와 한국군 F-15K, KF-16 전투기, 대잠 초계기(P3-C), 대잠 헬기(링스)를 포함한 200여대의 최신예 항공기가 훈련에 투입됐다. 훈련에 동원된 양국의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병력은 8000여 명에 달했다. 가공할 만한 첨단무기들의 포화 속에 디지털의 속도로 진행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가 대북 강경대응을 약속하고 결연한 동맹의지를 과시하는 주요 무대가 되었다.
천안함 침몰에 전 세계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북한의 어뢰 공격을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단정한 합동조사단의 발표와 전쟁기념관 대국민 특별 담화는 국내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으며 천안함과 관련한 정부와 군의 논리는 계속된 말 바꾸기, 일방적 억지를 통해 의문투성이로 얼룩졌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 또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불러들여 한국에서 활동한 러시아 조사단은 한국 정부에서 제공한 제한된 정보만을 토대로 해도 1번 어뢰와 천안함 침몰의 연관성이 없으며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과학 잡지 ‘네이쳐’는 합조단 발표로 인해 원인규명 작업이 끝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에 대한 과학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천안함 발표에 대한 의혹을 소개하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중국은 ‘인민일보’를 통해 소설 ‘나생문’을 언급하며 한미당국의 일방적인 주장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였다. 인민일보가 언급한 ‘나생문’은 한 가지 사건을 놓고 사람들이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내용이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와 미국이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을 응징하겠다며 자신만만하게 천안함 문제를 끌고 들어간 유엔 안보리 역시 한미 양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이라는 주장의 하나의 의견으로 언급했을 뿐이며, 이를 부정하는 주장 또한 동일선상에서 소개했다. 이어진 ARF 회의 또한 마찬가지 이었다. 오히려 안보리와 ARF 의장성명은 한반도 긴장 조성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으며, 6자회담 재개를 권고하였다. 이처럼 국제 사회는 천안함 침몰의 진실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으며 관련 당사국들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쟁훈련으로 치닫는 이명박과 오바마의 한미동맹
그러나 이 같은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한 강경조치의 수위를 더욱 높여가는 것으로 대답하고 있다. 6자회담 재개에 조건을 달며 사실상 대화를 거부한 한편 강도 높은 군사훈련으로 전쟁위협 수위를 높이는 데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7월 말 항공모함과 최정예 전투기들이 투입된 동해 한미합동군사훈련 ‘불굴의 의지’, 8월 5일부터 진행된 한국군 단독 서해 대잠훈련, 8월 16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에 이어 9월 초에는 서해상 한미연합 대잠훈련, 10월에는 부산 앞바다에서 PSI 훈련이 예정되어 있는 등 올해 하반기에만 한미연합 군사훈련 일정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단 한 대의 존재로 웬만한 나라의 군사력과 맞먹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는 9월 서해 대잠훈련에서는 빠지지만, 향후 훈련에서는 한반도 인근해역에서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불굴의 의지’ 훈련 당시 4명의 장교를 훈련에 ‘참관’ 시켰던 일본 자위대는 10월 PSI 훈련에 초계기, 호위함 등의 병력을 보내 ‘정식 참가’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서해상에서는 연합호국상륙훈련(10월 28일~11월 5일), 연합 항모강습단 기동훈련(10월 30~31일), 연합 해상 대특수전부대 훈련(11월 1~5일) 등의 한미 연합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올해 내내 쉬지 않고 군사훈련이 벌어지게 된 상황이다.
사상 유례없는 한미 군사훈련의 중심에 한미동맹이 있다. 6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전쟁 즈음에 천안함 사태 대응 과정에서의 긴밀한 한미 공조를 언급하며 “우리는 한미 동맹의 소중함을 거듭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7월 20~21일 한미 외교·국방 장관 (2+2) 회담에 참석한 클린턴 외무장관과 게이츠 국방장관과의 면담에서는 “한미동맹 60년에 마음이 든든하다”고 양국 협력을 다시 약속했다. 미국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한국과의 밀착된 동맹외교를 펼치며 대북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6월 17일, 2+2 회담 준비를 위해 미리 방한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매우 민감한 시기에 한미동맹이 매우 공고하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면서 천안함 관련 한국의 유엔 안보리 대응조치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은 한국의 대북 강경조치에 지속적으로 양국의 공통된 인식을 강조하면서 한미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에 강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6월 25일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한국전쟁을 맞아 “강력하고 지속적인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면서 “양국의 파트너십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7월 2+2 회담에서 클린턴, 게이츠 장관은 판문점과 공동경비구역,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한미 양국의 동맹의지를 재확인시켰다.
한 마디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북 군사협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6월 27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2015년 말로 연기하고 미국이 수락한 데에 감사를 표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한미의 전작권 환수연기를 합리적 결정이라 분석하고 2015년까지 한국의 국방역량 확충을 위한 국방비 증액을 통한 국방개혁 프로그램을 주문하면서 특히 양국의 해군 합동전력 강화에 주목했다. 전에 없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동맹관계를 선포한 한미 양국이 수차례 훈련을 통해 강화 발전시키는 합동 전력이라는 것은 결국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가.
다시 고개 드는 북한 급변사태론과 선제타격 전략
지난 7월 21일, ‘2+2 회담’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후계체제 문제와 관련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언급하고 대응방안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북한의 권력승계 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도발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으며, 김태영 장관 역시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작년 말부터 한미 양국은 언론을 통해 흘리거나 혹은 직접 언급 하는 방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이상설을 제기하며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꾸준히 유포해 왔다. 그리고 급변사태에 대응해야 한다며 군사훈련 계획 또한 세워왔다. 이명박 정부는 작년 말 북한의 붕괴 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완성했으며 ‘부흥’이라는 코드명으로 알려진 이 컨틴전시 플랜은 유형별로 북한의 붕괴 시나리오와 이에 따른 대응조치들을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미 국방부 역시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군 고위 관계자들이 작년 말부터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자고 한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함 침몰 당시 서해상에서 진행되었던 대규모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역시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훈련이었다. 당시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 내 불안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제거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지난 노무현 정부 때까지 개념계획에 머물러 있던 작전계획 5029를 지난해 말 완성하였는데, 작계 5029는 북한 급변사태(북한 정권교체, 정변에 의한 내전상황, 대규모 주민 탈북사태, 한국인 인질사태, 대량살상무기 유출 등)를 상정한 군사계획으로 대북 선제공격과 한미연합군의 북한 점령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천안함 사건 이후 구성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는 우리의 대북 군사전략을 이른바 ‘능동적 억제’로 바꿀 것을 제시했다고 한다. ‘능동적 억제’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발사할 조짐이나 전쟁 징후가 포착되면 북의 핵과 미사일 기지, 전쟁 지휘부 시설, 핵심전력 등을 사전에 공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선제타격 전략이다. 점검회의 관계자는 능동적 억제에 대해 “선제타격 개념이 정착되면 북한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파산에 이를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럽고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상황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94년 북미 핵위기 당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치닫는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 당시 미국 주요 관료들이 굳게 믿고 있던 이른바 ‘북한붕괴론’이었다. 당시 클린턴 정부는 북한이 곧 붕괴한다는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 강력한 대북압박 정책과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고, 실제 북한을 폭격하는 계획(작전계획 5026)까지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직전 단계까지 갔었다. 이후 북미간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되었지만 그동안 한반도의 민중들을 전쟁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또다시 소위 급변사태론을 기반으로 군사계획들이 수립되고 선제타격 전략에 따른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동북아의 9.11로 만들 셈인가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전쟁위협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 민중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누구나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했으나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은 전쟁 불사를 외치는 수구세력들과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대응에 대한 반대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반도에서의 또다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동북아의 각국 또한 전쟁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에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군사훈련의 직접적 대상인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한미가 한반도에서 벌이고 있는 비이성적 군사훈련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험천만한 군사훈련을 쉬지 않고 벌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천안함 사건을 구실로 한반도에서 실제로 전쟁을 벌여보겠다는 것인가?
미국은 전 세계를 무대로 수많은 침략전쟁을 벌여온 나라이다. 그들의 패권과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명분이 없으면 조작해서라도 전쟁을 일으켜 온 것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미국은 9.11 테러를 구실로 아프간을 침공하였고,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그들이 내세운 전쟁의 명분이란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바로 2000년대에 벌어진 일들이며 아직도 이 전쟁들은 끝나지 않고 아프간과 이라크 민중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빠질 대로 빠진 패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동북아에서 또 다른 전쟁위기를 조장하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한국전쟁 60주년인 오늘, 한반도에서 다시금 전쟁의 위협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전 세계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한반도의 평화를 대신 지켜주지는 못한다. 우리의 평화는 우리가 나서서 지켜야 한다.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한미 군사훈련을 반대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에 반전평화연대가 앞장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