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4일 금요일

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4호_아랍에미리트(UAE) 파병의 문제점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의 문제점

::글_ 수열(사회진보연대)

2011년 1월 11일, 한국군 ‘아크부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되었다. 아크부대는 대테러팀, 특수전팀, 고공팀, 지원부대 130여 명으로 구성되었고, 4-6개월 주기로 교대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 파병이 5,000명가량인 UAE의 특수전부대를 1만 명으로 배가하고 부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긴밀한 훈련 협력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당한 절차조차 무시한 날치기 파병

정부 여당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UAE 특전사 파병 동의안을 날치기 통과했다. 한나라당은 국방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파병 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했고, 재석 157명 중 149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파병은 UAE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대가성 파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았다. 줄곧 파병 계획을 부인하던 정부가 공식적으로 파병 계획을 밝힌 지 2달도 채 되지 않아 민의를 수렴하기는커녕 해당 상임위 논의조차 거치지 않고 벌인 날치기였다.

원전 수주와 무관하다?

한국은 지난해 UAE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기로 하면서 포괄적 군사교류협정을 맺었다. 때문에 원전 수출이 결정되면서부터 파병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정부와 국방부는 줄곧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작년에 원전수주를 위해 노력하면서 정부의 거의 모든 부서가 협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부대파병) 거론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관련이)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해 사실상 원전 수주에 대한 대가성 파병이며, 대통령의 사전 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안전한 비분쟁 지역이다?

국방부는 이번 파병이 전투 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의 ‘국가별 안전정보’는, UAE가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게 항상 테러의 목표로 지적되고 있어 신변안전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들은 UAE를 높은 수준의 테러위험국가로 분류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밝히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UAE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해 있는데, 가장 가까운 지점의 거리는 불과 30여 ㎞에 지나지 않는다. UAE와 이란은 1960년대 말부터 페르시아만에 있는 아부무사섬과 툰브섬 등 3개 섬을 놓고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 페르시아만의 입구 쪽에 위치한 이 섬들을 장악하면 주변에 매장된 원유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가 이 섬 주위를 통과하기 때문에 이 지역 원유 수송로의 길목을 장악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매일 미국과 서유럽, 일본 등지로 가는 원유 1700만 배럴 등,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이상이 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은 1971년에 2개의 툰브섬을 무력으로 점령했고, 1992년에는 아부무사섬까지 완전히 장악했다. 그 후 이란은 아부무사섬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하거나, 인근에서 전쟁모의 연습을 실시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높였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2007년 8월호에서 아부무사섬을 ‘세계 5대 자원 분쟁지역’으로 소개했고, 당시 국내 언론도 이 내용을 많이 보도한 바 있다. UAE가 비분쟁 지역이라는 정부와 국방부의 설명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군사협력과 국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파병이다?

국방부는 이번 파병이 5,000명 가량인 UAE의 특수전부대를 1만 명으로 배가하고 부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긴밀한 훈련 협력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국방부의 설명대로라면 다른 나라의 군사력 증강을 위해 한국이 파병까지 해가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더구나 UAE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란과의 갈등 상황에서 군사적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즉 무력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UAE는 최근 이란의 행위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다를 것이 없다며 이란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한편, 이란 금융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UAE의 강경한 자세는 군사력 증강 움직임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11월 10일 발표한 <2005-2009년>에 따르면 UAE가 상기 기간에 수입한 전투기는 총 108대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특수전부대 파병 외에도 한국은 UAE와 다양한 군사적 협력을 약속했다. 탄약과 차량 등 방산물자 2,006만 달러 수출 계약 체결을 포함해 다양한 방산협력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발전소와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해당 지역의 군사력 증강을 도와 긴장을 고조시키고, 그 한 가운데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외교’의 결정판이라 하겠다.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

국방부는 UAE의 요청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의 협력을 약속했는지, 정부 내에서 어떻게 논의되었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파병이 2012년까지라고 하지만, 원전 건설이 완료되는 2020년까지 장기 파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국익’이라는 이유로, 혹은 상대국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와 정책을 명확하게 알리고 보고해야 할 정부의 의무는 손쉽게 무시되고 있다.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파병에 대해 대통령과 국방/외교장관, 외교안보수석 등 극소수만이 본 비밀 합의 문건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지난 해 11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UAE 방문 이후 UAE에서 파병을 포함해 40개 질문사항을 전달했고, 장관은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후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다. 그렇다면 국가 간 군사협력의 내용 보고와 대통령의 재가까지 모두 구두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이 된다.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군사협력 문서를 국방위원들이 열람 또는 검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외교부에서 조약 넘버를 받지 않을 만큼 중요한 사안도 아닌데 UAE에서 비공개를 요구한 것이다. 이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이번 파병이 원전 수주의 대가가 아니라 양국 간 군사협력에 의한 것이라면, 한국 군대가 다른 나라에 파병되는 것이 바로 그 군사협력에 의한 것인데 그와 관련된 협력 문서가 외교부에서 조약 넘버를 받지 않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국익

한국 군대의 해외 파병의 근거는 언제나 ‘국익’이었다. 그러나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된 그동안의 파병은 파병된 군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희생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된 ‘국익’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그때도,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이번 UAE 원전 수주가 400억 달러 규모이고, 단일 수주 중 최고가 사업이라고 선전하지만 원전수주 계약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입찰 경쟁 상대였던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최종사업자로 선정되었다거나, 고정환율 계약으로 환율 변동 시의 손해와 60년간의 수명 동안 고장이나 사고 시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해 핵심 부분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나 일본의 도시바에 하청을 줄 수밖에 없어 전체 공사액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선전하는 만큼의 충분한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국익’ 논리에 숨겨진 침략적 한미 동맹

반미 세력의 확산을 차단하고 중동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을 억제하는 것은 미국에 중대한 과제다. 더불어 원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10%를, 천연가스는 16%를 보유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관리는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UAE에 대한 협력과 지원은 이란에 대한 고립/압박 전략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체 인구가 462만 명에 불과한 UAE에 미국을 비롯해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호주 등 10개국 군대 3천여 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도 UAE의 전략적 가치를 보여준다.

한국의 이번 파병은 결국 미국의 패권 전략에 더욱 더 깊숙이, 더욱 더 직접적으로 결합하게 됨을 의미한다. 지난 해 9월 한국 정부 시행한 이란 제재 조치가 미국의 이란 압박 전략에 동참한 것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가 2009년 말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도 해외파병을 가능하게 한 일명 ‘PKO 신속파견법’을 제정하고, 2010년 7월에는 3천여 명 규모의 파병전담부대를 만든 것은 한미 동맹이 더 광범위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파병 근거의 무한 확장

발전소 수출과 같은 민간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려는 파병은 사실 법적 근거가 없다. 한국 헌법 제5조 2항은 국군의 임무를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국한해 규정하고 있다. 경제적 목적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면 그것은 타인의 피를 돈으로 바꾸는, 돈을 벌기 위해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는 용병부대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이번 UAE 파병은 향후에 한국군의 해외 파병 결정에서 그 근거를 크게 확장시키는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파병은 정부의 선전과는 달리 안전하지 않으며 오히려 발전소와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UAE의 군사력 증강을 도와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다. 전 세계의 화약고와 같은 중동 정세에 점점 더 깊숙이 발을 들여 놓는 것이 결코 평화로 향하는 길이 아님을, 중동과 더불어 전세계를, 그리고 우리 민중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길임을 분명하게 알려 나가야 한다. 더불어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어디든지 달려가는 군대가 된다는 것은 일찍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위협에 놓이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UAE 파병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파병 반대 운동을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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