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30일 화요일

[반전평화연대(준) 기획연재④] 한미 군사동맹과 군비증강 ─ 한미동맹은 '전쟁동맹'이다

윤영상(진보신당 미래상상연구소 부소장)

반전평화연대(준)은 강대국의 패권 전쟁을 위한 전쟁과 점령 반대, 한국 정부(이명박 정부)의 전쟁·점령 지원 반대, 한반도 평화를 3대 핵심 의제로 삼아 42개 단체가 새롭게 꾸린 반전 연대체입니다. 반전평화에 동의하는 제 단체와 개인들의 광범한 ‘연대’를 통해 대중적 반전 운동을 벌여나가려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월 15∼18일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반전평화연대(준)은 한미정상회담 전날인 6월 15일 침략적 한미전쟁동맹을 강화하는 정상회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반전평화연대(준)은 앞으로 4회에 걸쳐 한미정상회담이 침략적 전쟁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에 주목해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주요 쟁점들과 동맹 강화가 낳을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연재 기고를 기획했습니다. 연재 기고의 제목은 '한미정상회담 = 한미전쟁회담'입니다.

△ 연재 계획 1회:오바마의 ‘아프팍’ 전쟁과 한국군 재파병/2회: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3회:대북제재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4회:한미 군사 동맹과 군비증강

6월 16일 이명박과 오바마의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포괄적 동맹이니, 글로벌 동맹이니 하는 요란스러운 수식어들을 달고 한미동맹 공동비전이 선언되었다. 주한미군의 ‘글로벌 이동’이 가능해지고, 한국군의 ‘글로벌 작전참여’가 정당화되었다. 이제 한국군은 ‘포괄적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세계전략을 관철시키는 하위파트너임을 명실상부하게 자임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군의 해외파병은 일상사가 될 것이고, 해외에서 전사한 젊은 병사들의 시신이 영종도를 통해 들어오는 일이 또 일상사가 될 것이며, 한국인은 주요 분쟁지역에서 테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동맹’에의 집착은 곧 ‘적대’에의 집착이다. 그것은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과시하는 낡은 전략일 뿐이다. 그런데 이명박과 오바마는 그것을 다시 천명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남북관계이고, 북미관계이다.

한미정상은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미사일개발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용납할 수 없다”, “제재는 정당하며, 적극 참여하겠다”,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면 적극 지원하고 대화하게겠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어떻게 북한과 대화할 것인지는 관심 밖이었다. 이제까지 가장 중요한 대화창구였던 6자회담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6자회담의 미래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단지 북한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제재’, ‘압박’만이 주관심사였다. 북한과 충돌시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다시금 언급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간주하겠다는 발언이다. 핵전쟁이 일어나도 걱정 없다는 투로 들린다.

실제로 지금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언제 어디서 충돌이 발생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건 남의 집 일이 아니다. 바로 지금 이 땅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이미 미국은 하와이 기지에 고고도요격미사일(THAAD)를 배치하고, 엠디레이더(엑스밴드레이더)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발사가 이루어지면 즉각 요격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기지와 평택미군기지의 엠디시스템(조기경보레이더, PAC-3)이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동해에는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배치되어 있다. 남한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은 동해와 서해를 넘나들면서 북한을 감시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는 고속정 편대와 초계함이 상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역시 동해, 서해, 강원도의 미사일기지에서 발사훈련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에서는 해안포 기동훈련도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유도탄정과 경비정들의 움직임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충돌에 대해 모두가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누군가가 센서를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 최대의 피해자는 한반도의 민중들, 남한과 북한의 민중들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충돌을 막기 위한 즉각적이고 실효성있는 대화나 협상을 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정부, 이명박정부, 김정일정부 모두가 그렇다. 바로 그것이 현실이고 문제다.

한미정상회담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지금 당장 충돌위험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노력도 만들어 내지 않고, 사실상 충돌불사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그런가? 그들은 한반도 민중들의 삶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이 더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북한을 압박하고, 또 이용하려고 한다. 북한의 강경책이 ‘관심끌기용’이 아니라 2012년 강성대국 건설, 핵보유국입지 다지기가 목표라면 더더욱 훌륭한 활용대상이 될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확장억지’ 즉 ‘핵우산’정책과 한미동맹 공동비전은 단지 “미국핵이 있으니까 니들은 걱정하지 마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북한핵을 이용해 미국의 핵우산정책을 다시금 확인, 강조하는 것이며, 나아가 ‘현실의 위험’을 빙자해 미래를 준비해 나가자는 ‘실천적 합의’인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빌미로 한미, 한미일간의 대규모 군비증강프로젝트가 이미 오래전부터 가동되고 있고, 그것을 한반도만이 아닌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도 실효성을 갖는 프로그램으로 만들려 해왔기 때문이다. 그 뿌리는 이미 미국의 부시정부 때 완성되었고, 오바마정부는 어쨌거나 그것을 계승하고 있을 뿐이다.(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사실상 2008년 이명박-부시정상회담의 결과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만이 아니라 엠디체제(미사일방어체제)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미 2008년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조기경보레이더(엠디레이더)를 구매, 2009년까지 배치키로 한 바 있다. 20012년까지 대당 가격이 약5500억 원인 E-737 조기경보통제기 4대가 도입될 예정으로 있다. 2012년까지 척당 가격이 1조원인 이지스함을 세종대왕함을 포함해 3척 도입할 예정이고, 2008년 3척을 추가도입할 계획을 수립한 바 있기도 하다. 그 외 SM-6미사일, PAC-3도입계획 등 엠디체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신무기 도입계획이 즐비하다. 한국은 이미 세계 3위의 무기수입국이며, 향후 10년동안 100조원에 가까운 군비증강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괌과 하와이에 있는 미군기지들 역시 대규모로 확충 정비될 계획이며, 일본 자위대는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키면서 거의 전분야에서 대규모 방위력개선사업을 이미 진행중이다.

당연히 이러한 한미, 한미일간의 군비증강움직임은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굳건히 자리매김 해왔고,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과 군비증강 맞대응으로 이어졌다.

중국 역시 대형구축함건조 및 항공모함 건조에 착수했으며, J-10신형전투기 개발을 완료하고, J-13, J-14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도 최근 미국의 엠디체제에 대응하고, 경제위기 상황으로 그 동안 방치상태나 다름 없었던 국방분야 혁신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한반도와 동북아를 중심으로 유례없는 군비대경쟁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 귀결이 새로운 냉전체제의 형성이냐, 아니면 새로운 세력균형점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귀결되느냐, 아니면 이를 뛰어 넘는 세계적 차원의 핵군축, 군비통제시스템의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군비경쟁의 한가운데에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개발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군비경쟁의 빌미가 되고 있는 것이다. 누구로부터 시작되고, 누가 주도하고 있느냐의 문제와는 별도로 뒤엉킨 현실의 한가운데에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과 가까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관된 평화주의자라면 미국, 중국, 러시아의 핵무기, 대량살상무기만이 아니라 그 어떤 나라의 핵무기, 대량살상무기개발에도 동의할 수 없고, 동의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그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군비경쟁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은 당연히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미사일발사에 대한 반대를 포함한다.

우리는 세계적 차원의 핵군축, 군비감축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한반도에서는 핵문제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군비증강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핵군축, 대량살상무기 감축, 신무기도입억제, 재래식 무기 군축까지 이끌어 내야하며, 대규모 국방비, 신무기 도입비용이 민중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비용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한만 하더라도 향후 10년간 방위력개선사업 비용이 100조가 넘는다. 그 비용을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남북민중의 삶을 개선시키는 방향에서 사용한다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것은 임박한 군사적 충돌과 확전의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다. 남북미 모두 추가적인 상황악화조치를 중단하고, 즉각 대화에 돌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황악화의 직접적 당사자인 미국이 북한과 즉각적으로 실효성있는 대화에 돌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운동기간 중 강조해 마지 않았던 북미직접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점이 아닌가?

한국의 평화운동가들이 지금 움직여야 한다. 북한이 잘했냐, 못했냐, 미국이 문제냐 아니냐는 논쟁이 아니라 실제 사태를 반전시키는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평화단체들과 함께 미국정부를 압박하자. 북한과 이명박정부에게 한국 평화운동가들의 열망을 보여주자. 시청앞 광장을 국민들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평화의 촛불로 가득 채우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바로 그것이다.


※ 이 글은 '민중의소리'와 '참세상'에서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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