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6일 화요일

[반전평화연대(준) 기획연재①] 오바마의 ‘아프팍’ 전쟁과 한국군 재파병 ─ "지금은 정의로운 자존심이 힘을 발휘해야 할 때"

수진(경계를 넘어 활동가)

반전평화연대(준)은 강대국의 패권 전쟁을 위한 전쟁과 점령 반대, 한국 정부(이명박 정부)의 전쟁·점령 지원 반대, 한반도 평화를 3대 핵심 의제로 삼아 42개 단체가 새롭게 꾸린 반전 연대체입니다. 반전평화에 동의하는 제 단체와 개인들의 광범한 ‘연대’를 통해 대중적 반전 운동을 벌여나가려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월 15∼18일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반전평화연대(준)은 한미정상회담 전날인 6월 15일 침략적 한미전쟁동맹을 강화하는 정상회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반전평화연대(준)은 앞으로 4회에 걸쳐 한미정상회담이 침략적 전쟁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에 주목해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주요 쟁점들과 동맹 강화가 낳을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연재 기고를 기획했습니다. 연재 기고의 제목은 '한미정상회담 = 한미전쟁회담'입니다.

 

△ 연재 계획
1회:오바마의 ‘아프팍’ 전쟁과 한국군 재파병/2회: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3회:대북제재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4회:한미 군사 동맹과 군비증강


오늘 미국 워싱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겠지만,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준비 등으로 북한 문제가 한국과 미국 사이에 뜨거운 이슈가 되기 이전부터 아프간 재 파병 문제와 FTA 등 중요한 사안들이 정상회담을 기다려왔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 한국군을 재파병하는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미국의 전쟁정책이 아프가니스탄에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정부가 비공식적이지만 여러 차례 요구해온 부분이다.

 

사실 미국 정부로서는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떠나 생각하면 북한 문제보다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등에 떨어진 불같은 사안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며 또한 가장 미국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나토가 이끄는 국제안보지원군은 올해 8월 20일로 예정되어있는 아프가니스탄 대선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지만 점령군에 대한 저항세력의 공격도 그에 못지않게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미군과 나토군을 목표로 설치 된 폭발물은 작년에 비해 8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9년 상반기에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사망한 점령군의 사망자 수는 지난 8년의 점령 중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고통은 깊어만 가고 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2001년 10월 미국이 9.11 테러의 용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탈레반 정권이 인도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초기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의 완승으로 쉽게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점령이 계속될수록 점령 상황에 대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불만은 곧 점령과 전쟁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졌고 미군과 나토군의 압도적인 화력에 뿔뿔이 흩어졌던 탈레반도 자신들의 근거지인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세력을 확대해갔다. 점령 6년째인 2006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절반 가까이를 저항세력이 통제하기 시작했으며 작년부터는 '그린 존(Green Zone)'으로 가장 안정되어있다던 수도 카불에서도 점령군에 대한 공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부시가 이라크에 전념하느라 제대로 손쓰지 못했던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오바마는 자신이 이 전쟁을 해결해 보겠노라고 큰소리쳤다. 물론 오바마가 이야기하는 해결은 전쟁의 끝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을 끝장내려는 것이다. 오바마는 그럴듯한 말로 자신의 계획을 포장했지만 그 계획의 실행은 부시가 이라크에서 사용한 방법과 다르지 않았다. 오바마는 2만 1천명의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에 추가로 파병하고 전쟁비용을 늘렸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지역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 지역에 대한 공습도 강화했다. 동시에 나토 동맹국들의 지원 약속을 이끌어내고 파병전력이 있는 한국정부에도 재파병을 비롯한 전쟁 지원을 요구하며 한 단계 더 강화된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부시의 이라크 전쟁이 베트남에 비교되었던 것과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3월 전투가 가장 치열한 지역 중 하나인 남부 헬멘드 지역의 군사작전을 지휘하던 영국군 사령관 세바스챤 몰리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 계획에 반대하여 사임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실제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가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영국 언론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작전은 무모한 것이다. 우리의 영향력은 안전하게 무장한 군부대에서 500m 밖을 넘어서지 못한다...우리측의 피해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베트남 전쟁을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점령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가를 모르는 것은 오바마 뿐이다. 그에게는 오직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얻으려는 카스피해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과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대륙의 교차점에 놓여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지정학적 중요성만 보일 뿐이다.

 

황금에 눈이 멀어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오바마의 칼날에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고통은 그가 쏟아 부은 폭탄의 수보다 몇 배로 깊어가고 있다. 지난 8년간의 전쟁과 점령으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삶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아프가니스탄의 평균 수명은 남성 41세, 여성 42세로 점령 이전 보다 줄어들었고,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발전되지 못한 국가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탈레반 정권 때의 수준보다 더 하락했다. 오바마는 5월 4일 미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140명이 사망하고 그 중 93명이 어린이로 밝혀진 사건으로 오바마 정부의 전쟁과 점령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안겨줄 고통의 새로운 서막을 열었다.

 

오바마의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파키스탄 국경지역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지원하는 기지로 사용되고 있다는 명분으로 파키스탄 북서변경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의 공습과 미국의 요구와 지원으로 수행되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군의 군사작전은 더러운 전쟁의 그림자를 파키스탄으로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묶어 “아프팍(AfPak)"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내며 파키스탄 사람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파키스탄을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포함시켰다. 이라크에 대해서는 올해 초 이라크주둔 미군의 철군계획을 내놓으며 자신이 이라크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 듯이 떠들어댔으나, 실제 오바마의 철군 계획은 철군이 아닌 장기주둔 계획에 불과했다. 2012년까지 모든 '전투병'을 철수하겠다는 계획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의 일부를 아프가니스탄에 재배치하기 위한 속임수이며, 2012년 이후에 전투병이 아닌 병력이 최대 5만 명까지 이라크에 남아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2012년 후에도 부대의 명칭만 바꿔 이라크에서 계속 전투를 하겠다는 술수일 뿐이다. 지난달 말 미 육군참모총장인 조지 케이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이 10년 동안 주둔을 계속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국제 정세에 따라 미국이 예정된 기간보다 더 오래 이라크에 주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는 거짓과 속임수로 점철된 전쟁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취임 초기부터 이명박 정부에 요구해왔다. 지난 2월에 한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리턴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방부 인사들이 비공식적으로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요청해왔고 여러 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서 한국 정부가 공식적인 파병요청에 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달 27일 주한미군사령관 월터 샤프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비용을 지원할지, 병력을 지원할지, 장비만 지원할지, 아니면 전부 다 지원할지 등 여러 옵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이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미군뿐만 아니라 나토군과도 협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파병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파병 문제가 의제에서 배제되어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파병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안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원을 어떠한 형태로든 요구할 것이고 한국 정부가 그에 응할 것이라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미 지난 5월 6일에 아프가니스탄 지원비를 253억 원으로 늘리고 민간재건팀(PRT)의 규모도 20명에서 85명으로 늘렸다. 또 순찰용 경찰 오토바이와 구급차 등 500만 달러 상당의 장비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군사적이 아닌 민간 지원 혹은 재건 지원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지만 이러한 형태의 지원은 파병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미국의 전쟁과 점령을 지원한다는 본질은 동일하다. 특히 민간재건팀의 경우 마치 전쟁과는 상관없는 선량한 자원봉사팀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전투부대를 지원하거나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훈련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전쟁에 관여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지원이 민간지원으로 불리더라도 이것이 전쟁에 기여하는 행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정권 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한국군을 파병했던 경험을 통해 미국의 더러운 전쟁을 지원하고 동참하는 것이 어떤 결과로 되돌아왔는지를 충분히 학습했다. 점령국의 국민으로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고 예멘에서 겪어야 했던 슬픔과 두려움은 우리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이 수년간 겪어온,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참혹한 고통에 대한 무거운 죄책감을 평생 떨쳐버릴 수 없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 동의-다산 부대를 파병했던 2002년과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던 2004년의 그 때와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우리는 한국 정부가 또다시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한미 동맹이든 자원 외교든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그릇된 명분보다도 강대국의 패권을 위한 전쟁과 점령에 동참할 수 없다는 우리의 정의로운 자존심이 힘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민중의소리'와 '참세상'에서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