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8일 목요일

<성명서> 국민은 반대한다, 파병 동의안 부결하라!

기자회견문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동의안 국방위 상정 규탄·부결 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문

국민은 반대한다, 파병 동의안 부결하라


오늘 국방위에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동의안이 상정된다. 2009년 10월 30일 이명박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한 직후 시민사회단체들은 끈질기게 재파병의 부당성을 알려 왔다. 그런데도 ‘불통’ 정부는 2007년 재파병을 않겠다고 한 한국 정부의 약속을 어겼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파병한 대가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대규모 피랍 사건이 발생했고 한국이 테러 대상 국가가 됐음에도 정부는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재파병을 강행하고 있다. 우리는 당장 재파병 결정이 철회돼야 마땅한데도 국방위에 재파병 동의안이 상정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우리는 국방위가 국민의 과반수가 반대하는 재파병 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을 요구한다!


9년째 접어들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테러와의 전쟁’도,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도, 여성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전쟁도 아닌 강대국의 패권을 위한 끔찍한 학살 전쟁임이 명백해 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은 오히려 전 세계의 테러 위협을 높였다. 부정 투표로 당선한 하미드 카르자이가 미군과 나토군의 보호를 받으며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은 희극 그 자체다. 전쟁이 시작된 후 수도 카불의 여성들이 구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끝임 없는 폭력에 노출돼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인권 상황은 보잘 것 없던 전쟁 이전의 수준보다 더 후퇴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군과 나토군이 약속한 모든 것을 거꾸로 돌리고 있으며 오히려 아프가니스탄을 ‘생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점령을 중단하라.


여전히 재파병을 원하는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지역재건팀(PRT)이 전투와 무관하게 재건을 지원하는 평화로운 활동을 하고 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탈레반의 영향력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와 비전투를 구분하기 어렵다. 우리가 이미 수차례 밝혔듯이 지역재건팀(PRT)는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는 국제안보지원군(ISAF)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적 구성에 민간인이 포함되어 있지만 어디까지나 군의 지휘 하에 움직이게 된다. 또한, 지역재건팀(PRT)이 재건을 명분삼아 마을에서 벌인 무장저항세력들에 대한 정보 수집과 수시로 벌어지는 탐문 수색 때문에 이미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지역재건팀(PRT)도 점령군의 일부로 여긴다. 이 때문에 2005년 파르완주(州)에서는 지역재건팀(PRT)이 마을 주민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현재 미군과 나토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하겠다더니 탈레반 거점 지역인 남부 헬만드주 마르자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대규모 공습과 지상 작전이 벌어져 이미 도시는 폐허로 변해 버렸다. “민간인들을 탈레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던 미군과 나토군은 벌써 오폭으로 민간인들 12명을 학살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게 된 미군과 나토군은 비열하게도 무장저항세력의 기세를 꺾어 놓기 위해 마르자 지역을 봉쇄하고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국회가 재파병을 결정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깊은 적개심을 품게 될 것이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해온 우리는 재파병을 강행하는 정부, 파병 동의안을 상정한 국방위,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 국회에 엄중히 경고한다. 즉각 재파병 계획을 철회하고 파병 동의안을 폐기하라!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뜻을 어기고 재파병을 강행한다면 향후 발생할 모든 비극의 책임은 이들이 져야 할 것이다.


2010년 2월 18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반전평화연대(준), 이명박 심판! 민주주의 민중생종권 쟁취 공동투쟁본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경계를넘어, 국제노동자교류센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나눔문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노동건강연대, 노동인권회관, 녹색연합, 농민약국, 다함께, 대학생나눔문화, 대학생다함께, 동성애자인권연대, 랑쩬, 문화연대, 미친교육반대청소년인권보장청소년연대,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대표자협의회(건),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운동가족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보건의료단체연합, 불교평화연대, (사)민족화합운동연합, 사월혁명회, (사)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우리마당,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예수살기, 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2005년파병철회단식동지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자본의위기전가에맞서싸우는공동투쟁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학생행진, 전쟁없는세상,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진보신당, 참여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통일광장,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평화네트워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의친구들, 평화재향군인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단체연합(준), 한국청년연합, 한국카톨릭농민회(69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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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1일 목요일

아이티 파병에 대한 <아프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성명서

지금 아이티에 가장 절실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구호와 재건, 그리고 연대의 정신이다

- 국회가 아이티에 대한 한국의 PKO 동의안을 가결하였다. 그러나 지금 아이티에 가장 절실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구호와 재건, 그리고 진정한 연대의 정신이다.

아이티에서 수십 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지진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여준 인류애와 용기, 헌신 덕분에 사태 초기의 공포와 충격은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곤경과 고통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여전히 백만 명이 넘는 아이티인들이 무너진 주택과 건물 잔해 사이에서 임시천막이나 비닐포대 한 장에 의지한 채 도움의 손길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아이티 민중들이 지난 날 자신들의 역사를 통해 보여주었던 것처럼 불굴의 의지로 오늘의 이 커다란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관심과 연대의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에게는 결코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원칙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티 민중들을 돕기 위한 일체의 모든 노력은 그들의 절실하고도 시급한 요구에 기반을 두어야 하며, 혹시라도 아이티 민중들의 존엄과 자기 결정권, 아이티의 주권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지진참사 직후부터 1만 명이 넘는 군 병력을 동원해 아이티 공항과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지진피해 지역을 구역별로 나누어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간 아이티에 약 9천명의 병력을 주둔시켜왔음에도 정작 평화정착과 민주주의, 인권 회복 임무에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유엔도 추가로 3천 5백 명을 증파하기로 결정하고 각국에 파병을 요청했다. 또한, 캐나다와 프랑스, 브라질, 일본 등도 각각 수백 명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뒤질세라 한국 정부도 250여명의 유엔평화유지군을 파병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9일 파병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앞 다투어 무장한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아이티의 재건에 필수적인 지 의문이다.

이들 국가와 유엔이 내세우고 있는 파병의 이유는 아이티의 치안이 악화되어 구호가 불가능하므로 구호와 재건을 위해서는 군대를 보내 치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 이후의 치안문제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우려는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티 지진 이후 치안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인식과 접근은 인도적 동기가 아닌 다른 정치군사적 동기들과 인종주의적 선입견들에 의해 적지 않게 왜곡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이티 지진피해 지역에서 대규모 약탈과 방화, 폭력사태가 일어나 무법천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들의 상당 부분은 왜곡되거나 과장되고 있다. 오랫동안 아이티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오면서 그 곳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높은 기자들과 학자, 활동가들이 전해오는 실상은 우리가 언론에서 흔히 접했던 그림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옵저버>지의 중남미 특파원인 로리 캐롤은 1월 24일자 기사를 통해, 약탈과 폭력이 일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건 시내 일부 지역들에 국한된 현상이며, “(수도인)포르투프랭스 사람들은 모든 것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놀랄만한 인내력을 보여줬다. 아이티라는 나라는 거의 사라져버렸고, 그 빈 공간을 메우기에는 국제사회의 대응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역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아이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톨릭 수녀 메리 핀닉도 미국 <데모크라시 나우>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아이티인들을 무질서하고 끔찍한 사람들로 알게 될까봐 두렵다.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서는 아마 세계 그 누구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외부에 비쳐지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이 얼마나 스스로를 잘 조직하는지를 카메라에 담으러 여기 온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언론의 보도 태도를 꼬집었다.

군대의 파견이 당연히 아이티의 안정화에 기여하리라는 견해에도 맹점이 적지 않다. 유엔 아이티안정화지원단(the United Nations Stabilization Mission in Haiti) 에 소속된 인력은 총 11,000명가량으로 이 가운데 군인만 7,000명 가까이 된다. 2004년 이후 UN의 아이티안정화지원단을 통한 아이티 개입은 전체적으로 실패라고 평가되고 있는데. 주둔한 외국군인력이 부족해서라는 분석은 전혀 없다. 오히려 아이티 현지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고비용 저효율의 비현실적인 아이티 전략과,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접근이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군대를 줄이겠다고 여러 번 결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이번 참사 직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사태 초기에 긴급하고 절실한 구호작업보다는 치안과 질서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함으로써 오히려 혼란과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군인과 군수품의 수송 일정 때문에 정작 구호물품들을 가득 실은 세계식량프로그램과 국제적십자사, 국경없는 의사회 등의 수송기들은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해 이웃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기수를 돌려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 정부가 지진참사를 빌미로 아이티에 대한 군사 점령을 강화하고,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갑작스런 지진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나무그늘과 임시로 지은 천막에 의지하고 있는 아이티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물과 식량, 의약품, 그리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희망을 전해줄 연대의 손길이다. 아이티 민중들은 34차례의 쿠데타와 수십 년의 독재에 맞서 싸워왔으며 끝내 자신들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한 풀뿌리 운동 조직과 활동가들은 2004년에 또다시 쿠데타가 일어나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쫓겨난 이후 모진 탄압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사이에서 깊이 뿌리내리며 활동을 이어왔다. 아이티를 위한 우리의 모든 노력은 바로 아이티 민중들의 그러한 고난극복에의 의지와 능력을 믿는 데서부터 출발해야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진심으로 아이티의 구호와 재건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지금 현재 아이티 민중들에게 그 무엇보다 시급한 구호물품과 민간구호전문가, 그리고 의료진들을 더 많이, 그리고 신속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파견하고 운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 해답이다. 이와 동시에 장기적인 자금의 확보와 흐름을 위해 한국과 국제사회는 유상원조가 아닌 무상원조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재건을 위해 제공되는 재원이 정치적 경제적 재건을 위해 쓰이고 기존의 부채를 갚는 등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않도록 하는 등 원조효과성 제고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러한 일들이다. 따라서 이번 한국정부의 PKO 파견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는 한국정부와 국회가 아이티에 대한 시급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아이티의 재건과 안정화를 위해 아이티에 진정으로 필요한 일, 그리고 우리 정부와 국민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신중히 토론하고 검토하지 않는 채, 아이티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에 대해서만 신속히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재건은 군대의 몫이 아니다. 원칙도 정책도 없이 결정된 PKO파병은 철회되어야 한다.

 

2010. 2. 11.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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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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