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납득할 수 없는 일
-오바마의 ‘말’과 달리 현실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다음은 미국의 진보적인 라디오-TV 뉴스 프로그램 <데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가 반전 활동가이자 <뉴레프트 리뷰> 편집자인 타리크 알리를 만나 인터뷰한 것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DN: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노벨상위원회의 결정은 정말 놀랍습니다. 그들은 이전에도 미국 대통령들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적이 있습니다. 특별히 평화애호가로 알려진 바 없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지미 카터 등등. 이번에 오바마를 수상자로 낙점한 것을 보면, 노벨상위원회가 더 기다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기다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현재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저런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여전히 이라크에 남아 있고 미군기지는 앞으로 상당 기간 존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오바마가 더 많은 군대를 보냈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인들과 나토군 모두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습니다. 전쟁은 파키스탄까지 확대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노벨상위원회의 결정은 놀랍다기보다 납득하기 힘든 결정입니다.
노벨상위원회는 굉장히 진지하게 주장을 펼치곤 합니다만, 비록 그들이 부인할지라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1938년에 그들이 노벨평화상을 히틀러와 간디 중 누구에게 줄 것인지 고민하다 결국 난센 국제 난민사무국에게 줬다는 사실을요. 물론 그것은 히틀러나 간디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들 스스로 노벨평화상의 가치를 부정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현직 대통령, 즉 권력을 쥔 채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에게 그 상을 줘선 안 되는 것이죠.
제가 노벨상위원회였다면,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두 사람에게 줬을 겁니다. 첫 번째 후보는 노엄 촘스키입니다. 그는 평생 평화를 위해 싸운 투사였습니다. 두 번째 후보는 무미아 아부 자말입니다. 그는 지난 25년 동안 정의가 바로 서길 기다리며 감옥에서 비폭력 저항을 해 왔습니다. 만약 이 두 후보에게 상이 수여됐다면,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줬을 겁니다.
DN: 노벨상위원회는 오바마가 무슬림 세계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네, 오바마는 카이로에서 무슬림 세계를 향해 연설을 했습니다. 과거에도 미국 대통령들은 그곳에서 무슬림 세계를 향한 연설을 했지요. 물론 오바마의 연설은 전임자 부시에 비하면 매우 극적인 변화였습니다. 즉, “당신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는 환대였죠.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듯, 말보다는 실천이 더 중요한 법입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협상은 전혀 진전이 없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이스라엘의 집권 세력인 네타냐후 등 극우파들에게 영향을 미칠 능력이 없습니다.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하겠다는 약속도 진전된 바가 없습니다. 이란에 대한 압박과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슬림 세계와 대화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인을 평가할 때, 그의 말이 아니라 실천이 기준이 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