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정치적 분할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이 지역에 대한 봉쇄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07년 6월 하마스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원한 파타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지난 2008년~2009년 겨울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공격을 감행하여 가자지구 150만 명(한국의 광주광역시 인구와 비슷)의 주민 가운데 1,400여명이 사망하고 5,3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봉쇄는 물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자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봉쇄
봉쇄는 육해공 모든 방면에서 진행된다. 먼저 가자에 있던 공항은 2002년에 이미 이스라엘이 파괴한 상태다. 바다에는 이스라엘의 군함이 떠서 팔레스타인 선박이 해안에서 4.5km 이상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지난 8월31일에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어선을 공격해서 어민 18명의 생계 수단이었던 배를 완전히 파괴했다. 9월23일에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어선 한 척을 공격해 5명의 어민을 납치해 갔다. 이스라엘이 허용한 지역 내에서 어민들이 고기를 잡더라도 어민들은 사격과 납치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어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좁히고 있다.
땅에서는 사람, 자동차, 상품의 이동을 차단한 채 식량과 연료 등의 공급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봉쇄의 영향으로 가자지구에 있던 대부분의 공장이 문을 닫고 실업률은 65%에 이르는 상황에서, 공급되는 물품이 제함됨으로써 식량, 의약품, 야채 등의 가격은 자꾸 올라간다. 건설 자재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난겨울 공격으로 완전 또는 부분 파괴된 6천 채 가량의 주택에 대한 재건축과 보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수만 명의 주민들이 여전히 파괴된 자신의 집 근처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거나 이웃이나 친척집에 의지하고 있다. 유엔 기구인 OCHA(유엔인도주의업무지원국)가 지난 2009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4분기에 44%의 가자주민이 안정적으로 식료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그 수치가 25%로 떨어졌다. 연료 공급과 발전소 운영이 원활하지 하지 않아 하루 4~8시간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있고, 지난겨울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전기 시설이 파괴된 뒤 아직 복구가 되지 않아 주민 가운데 10%는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봉쇄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외국인 활동가나 구호활동가들, 기자들도 가자지구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자지구를 지원하는 활동을 차단함은 물론이고 가자지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가자 주민들의 생명줄, 땅굴
오랜 봉쇄는 결국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자-이집트 사이에 땅굴을 파도록 만들었고, 가자 주민들은 땅굴을 통해 각종 생필품을 들여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스라엘이 가자-이집트 땅굴에 대해 폭격을 퍼붓고 있는 것 또한 땅굴이 이스라엘의 봉쇄에 흠집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땅굴을 통한 물품의 이동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가자 주민들은 집에 있는 가재도구를 팔아 땅굴을 통해 들어온 질 나쁜 상품을 비싼 가격을 주고 사서 써야 하는 꼴이 되었다. 또한 2007년 이후 2009년 9월까지 붕괴와 감전 등 땅굴과 관련된 각종 사고로 100여명 이상의 주민이 사망하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하여 가자 주민들과 하마스에게 저항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파타에게는 서안지구를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지금 팔레스타인은 사실상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분단된 상태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사이를 오갈 수 없었는데, 이제는 ‘하마스의 가자 : 파타의 서안’으로 분할함으로써 지리적 분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분할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 분할은 ‘점령 : 반점령’이 아니라 ‘파타 : 하마스’라는 대결 상황을 만듦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이 반점령 운동에 집중하기보다 내부적 투쟁에 힘을 쏟도록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