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동향] 이라크 _ 철군으로 포장한 '점령 연장'계획

 

철군으로 포장한 ‘점령 연장’ 계획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점령한지 6년이 훌쩍 넘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이라크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가. 2003년 이래 지금까지 학살당한 이라크인의 숫자가 1백2십만 명이 넘는다(http://www.justforeignpolicy.org 참고). 또한 사망한 미군의 숫자는 4천3백여 명이고 이라크 전쟁에 쏟아 부은 돈은 6천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이라크 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선된 오바마는 진정 부시 정권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을까. 오바마는 취임 이후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2011년 철군’ 약속을 지키겠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철군 계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철군과는 거리가 먼 장기 점령 계획임이 금세 드러난다.

 

미국과 이라크 간 주둔군지위협정(SOFA)

 

오바마가 내세우는 철군 계획은 지난 해 말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맺은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내용에 따른 것이다. 이 협정의 주요 내용은 ▲2009년 6월 30일까지 이라크 주요도시에서 지방으로 철군 ▲ 2010년 6월 미군주요병력 8만 명이 이라크에서 철수 ▲ 2011년 미군지원병력 5만 명 완전철수이다.

 

<이라크 미군 철군 일지>

 2003. 4

 미군, 바그다드 점령 뒤 연합군 임시군정(CPA) 설립

 2004. 6

 미군, 이라크 측에 주권 이양

 2005. 5~6

 이라크 총선 및 이라크 새 정부 출범

 2007. 1

 미군 대대적인 저항세력 소탕 작전, 이라크에 2만명 증파

 2008. 8

 미군, 바그다드 주변 안바르주 치안권 이라크에 이양

 2008. 11

 미-이라크 정부 간 미군 주둔협정 체결, 단계적 철군 확정

 2009. 1

 미군, 바그다드 그린존 치안권 이라크에 이양

 2009. 6. 30

 미군, 이라크 주요도시에서 지방으로 철군

 2010. 6.

 미군 주요병력 8만명 이라크에서 철수

 2011. 12. 31

 미군 지원병력 5만명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

 

2008년 말 당시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협정을 체결했던 것은 저항세력의 소탕에 집중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수차례 실행했음에도 이라크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내 정치적 지지 기반을 잃었던 부시와 이라크 민중의 미군 철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라크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한 철수 계획은 말 그대로 아직 실행되지 않은 ‘계획’일 뿐이다. 이 계획 덕분에 미국은 2008년 말에 유엔의 위임시한이 끝났지만 이후 3년 간 안정적으로 이라크에 주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미군이 이라크 치안을 위해 주둔한다는 거짓말


미국과 이라크의 정부 고위 관리들은 철군 계획이 상황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며 장기 주둔의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오바마 정부가 말한 철군이 완전 철군인지 주둔군을 남겨두는 부분적인 철군인지 의미가 확실하지 않다. 미국은 그 동안 철군이 이라크 치안의 안정 여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라크가 자체적으로 치안을 통제할 수 있게 되더라도 중동에 걸린 막대한 이해관계, 예컨대 이스라엘에 대한 엄호, 석유자원에 대한 접근,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쓸 수 있는 카드 등이 걸려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라크 미군 주둔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라크 점령기간 동안 막대한 재정을 들여 건설한 기지들과 각종 시설들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천 억 달러를 쏟아 부은 전쟁에 대해 ‘본전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점령이 길어질수록 불안정해지는 이라크


점령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라크의 상황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지난 6월 30일에 철군 계획의 첫 단계로 미군이 이라크의 주요 도시에서 철수했지만 점령 세력과 친 점령 정부에 대한 저항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19일에는 재무부와 외무부 건물 앞에서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했고 외국 대사관들과 정부청사가 밀집한 그린존 안에는 박격포 2발이 떨어졌다. AFP통신은 이라크 내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 바그다드 중심지에 폭탄 및 박격포 공격이 잇따라 최소 95명이 숨지고 56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격은 이라크 주둔 미군이 지난 6월 바그다드 등 주요 도시에서 철수한 후 최악의 인명피해로 기록됐다. 이 날은 2003년 8월19일 바그다드 유엔본부 입주 호텔에 대한 폭탄공격으로 22명이 숨진 지 정확히 6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점령 하에서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15만에 이르는 미군과 외국군대의 조건 없는 완전한 철수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미군은 ‘철군계획’으로 포장한 점령 계획을 철회하고 지금 당장 이라크를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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