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일 목요일

모니터보고서2호_진보진영이 파병반대에 나설 필요는 얼마든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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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이 파병 반대에 나설 필요는 얼마든지 넘쳐난다

 

* 이 글은 2009년 10월 26(인터넷판 25) 한겨레 신문에 실린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의 기고글 <미국과 아프간, 그리고 한국의 선택(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83809.html)> 에 대한 반론글로서, 한겨레 2009년 11월 5자(인터넷판 4) 독자칼럼란에 게재된 글입니다.

 

작년부터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조심스럽게 등장하곤 하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에 증파될 지방재건팀(PRT)을 경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명박 정부가 한국군을 재파병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말이 좋아 발표지, 그간 미국 정부와의 파병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시종일관 부인이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 장관이 다녀간 뒤에 불쑥 파병을 공식화하는 정부의 행태는 ‘그렇게 결정했으니 알고나 있어’라는 일방적인 대국민 통보로 들린다.

 

그럼에도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파병은 절대 안 돼’라고 막아서는 목소리는 2002년 아프간과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와 견주어 봐도 그렇고, 아직은 사람들의 귓전을 울리고 가슴을 뛰게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는 용산참사, 4대강 삽질, 쌍용차 노조탄압,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 등등으로 이어지는 질식할 것 같은 최근의 국내 상황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고, 그동안 아프간 침공과 점령의 본질을 지속적으로 알려내어 대중적인 운동으로 발전시키는 데 실패한 반전평화운동의 부족함 때문이기도 하다. 스스로 가슴을 치며 반성해 본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이때 1026일치 <한겨레>에 실린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의 기고글 ‘미국과 아프간 그리고 한국의 선택’은 나로 하여금 답답함에 가슴을 치면서 이렇게 새벽녘까지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게 만든다.

 

먼저 박 연구원은 “(아프간전은) 전쟁의 성격도 이라크전과는 크게 다르다. 9·11 테러를 일으킨 세력을 색출하는 것은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다”고 침공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미국이 마치 “알카에다를 추적하여 근거지를 없애고, 아프간의 무고한 주민들을 알카에다의 공격에서 보호하며, 나아가 개발정책도 추진”하기 위해 무려 8년간이나 한 나라를 군사점령하고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말한 “9·11 테러를 일으킨 세력”이란 바로 알카에다를 말하는 것일 텐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대다수 미국인들의 믿음과는 달리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9·11 테러가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사 알카에다의 소행이 확실하다 할지라도, 테러리스트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한 나라를 침공해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정당성을 누가 과연 미국에게 부여해주었단 말인가. 이는 침공 개시 시점까지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못해 결국 유엔헌장 51조의 집단자위권 조항을 억지로 들이대며 정당성을 강변했던 사실을 떠올려 봐도 박 연구원의 주장이 단지 억측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물론 그 뒤 12월에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 1386호를 통과시켜 지금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창설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사후적 조치의 성격이 강했고 ‘어차피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마당에 초강대국 미국에게 협조하는 모양새를 보여주자’는 당시 국제사회의 현실적인 판단의 결과물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침공 당시야 어떻든 간에 지금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근거한 국제안보지원군의 일원으로 가는 것이니 파병의 정당성과 명분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우선 미국 정부와 국민들조차도 이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만약 박 연구원이 열거한 세 가지 명분 가운데 하나가(혹은 세 가지 모두가) 이 전쟁의 목적이라면, 알카에다를 잡는다면서 왜 전쟁은 탈레반으로 통칭되는 토착저항세력과 하고 있는지, 무고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면서 정작 최소 2만명에서 4만명까지로 추산되는 민간인 사망자 가운데 약 70%가 미군과 나토연합군에 의한 것이라는 유엔과 인권단체들의 보고서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래서 탈레반을 지지하는 아프간 주민들이 불과 10% 내외(영국 <비비시> 여론조사)임에도 불구하고 탈레반과 함께 점령군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전장의 군인들조차도 “현재의 작전은 전혀 무의미하다. 우리는 기지 밖으로 감히 500m도 나갈 수가 없다”(전 헬만드 주둔 영국 특수부대의 서배스천 몰리 대령)고 아우성치는 마당에 무슨 개발정책을 펴며 재건을 하겠다는 건지, 누구도 똑 부러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고 주도하는 미국의 내부 상황이 그럴진대, 그 동맹군이자 지원군 구실을 담당하는 국제안보지원군과 그들을 전장에 보낸 나라들의 혼란이야 오죽하겠는가.

 

또한 박 연구원의 글 중에서 “미국이 아프간에서 주저앉는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서남아시아 전역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미국이 지도력을 상실하는 것은 미래의 세계 평화와 안정에 좋은 일이 아니”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길게 반박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당장 아프가니스탄에 이웃한 파키스탄이 현재 처한 상황을 보라. 미국이 ‘지도력을 적극 발휘해’ 아프간을 침공한 이후로 파키스탄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핵보유국가인 파키스탄이 점점 혼란에 빠져들수록 오랜 갈등관계에 있는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 전체는 미래의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화약고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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