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5일 목요일

불법폐기물 매립의 대명사, 주한미군 이 땅은 주한미군의 독극물 폐기장이 아니다.



5월 13일 미국 CBS 계열사 KPHO 탐사보도 과정에서 증언한 퇴역 주한미군들에 따르면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기지 내에서 미군에 의한 고엽제 대량매립이 일어났다. 직접 이러한 독극물 불법매입에 참여한 퇴역 미군들의 충격적 증언은 주한미군이 어떤 법적 도덕적 규제도 받지 않은 채 주둔지역에서 제멋대로 범죄를 자행할 수 있는 한미 간 정치군사적 현실을 다시금 여지없이 폭로하고 있다. 인간이 발명한 물질 중에 가장 치명적이라는 다이옥신을 포함하는 고엽제를 인근 주민들이 생활하는 캠프 기지에 대량으로 묻었고, 이러한 기지 내 불법 독극물 폐기에 대한 우려가 경기도 등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은 불평등한 한미관계와 미군주둔이 우리나라의 환경마저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치욕스런 현실이다.

당시 고엽제 매립을 증언한 스티브 하우스 씨는 작업 이후 갑자기 건강악화로 간기능 약화, 면역력 저하, 당뇨 및 신경장애 등의 합병증을 가지게 되었다. 리처드 크레이머 씨 역시 작업참여로 발이 붓고 다리가 마비되었고 지금은 목 관절염, 눈병, 청각장애 등으로 고생한다. 이들 퇴역군인은 고엽제 매립을 위해 운반작업에 참여한 것만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축구장만한 면적에 250여개의 드럼통으로 묻힌 고엽제가 지역 주민들에게 미칠 파괴적 영향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드럼통 부식으로 치명적 독성물질이 해를 끼치게 된다면, 주변 토양과 지하수, 하천 등을 오염시킨다면, 이러한 수질오염이 경상도 등에서 방대한 규모로 확산된다면 그 피해규모는 가히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캠프 캐럴만이 아니라 부천시 캠프 머서, 인천시 캠프 마켓 미군기지에서 독성 화학물질 매립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공분이 확대되고 있다. 재미교포 안치용씨가 운영하는 ‘시크릿 오브 코리아’ 사이트는 1968년 당시 비무장지대에 살포된 고엽제 양이 한국 국방부 발표결과인 7800파운드보다 51배가 많은 39만7800파운드로 기록된 미국 국방부 용역 보고서 내용, 한국군 병사들이 고엽제 모뉴론을 물에 섞어 철모에 담아 손으로 살포했다는 충격적 언급까지 내놓고 있다. 다른 주한미군 기지들과 비무장지대에서도 환경오염 실태가 밝혀지고 고엽제 실태와 관련한 정부조사들이 진행되면서 미군도 협조를 약속하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이미 이뤄진 대량의 범죄를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군기지 내 환경실태 조사와 배상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이러한 상식적인 대응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SOFA 4조에 근거해 미군은 기지 및 시설반환 시 원상회보고가 보상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바, 아무 제재 없이 아무 양심의 가책 없이 독성물질들을 이 땅에 묻을 수 있는 것이다. 2009년 2월 체계한 부속서 ‘공동환경절차 평가합의서’ 역시 한미 양측의 승인이 있을 때 환경정보 공개를 허용해 실태조사 결과도 공개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주한미군 퇴역군인들에 제기된 캠프 캐럴 고엽제 파문 이후 꾸려진 한미 공동조사 과정에서도 미군의 오염사실 은폐와 한국정부의 무능이 드러났다. 이미 네 차례 이상 미군 측에서는 캠프 캐럴과 관련해 고엽제 및 위험물질에 대한 자체 환경조사보고서가 작성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1992년 극동공병단이 미국의 우드웨이-클라이드 컨설턴츠에 의뢰하여 작성한 보고서, 2004년에 미 육군공병대가 삼성물산에 의뢰한 조사 보고서, 2005년 미 육군공병대 보고서, 2010년 미 육군공병대 보고서 등 일부 공개된 이들 보고서에 따르면 스티브 하우스씨의 증언에서 나온 구역 이외에도 캠프 캐럴 관련 세 구역범위가 고엽제 및 독성물질이 매립된 의혹이 제기된다. 보고서들에서 확인된 것은 미군이 오랫동안 지역의 지하수오염문제가 심각한 실태에 이르렀음을 주지하고 있었음에도 주민들과 한국정부에 아무런 정보제공도 없이 관련사실을 은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네 차례의 환경오염 조사에 대해 한국정부는 아무런 보고서를 제공받지 못했고, 한국 정부는 제한된 정보 속에서 제대로 된 환경조사 요청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군이 기존의 조사결과를 공개하고 한미가 원점에서 공동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조사의 신뢰성 자체가 문제시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주한미군의 조직적인 환경오염 만행은 이전부터 미군의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 용산기지 철거 이후 발견된 불법 폐기물 대량매입 등으로 끊임없이 터져왔던 문제이다.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문제가 터질 때마다 오염자 부담원칙, 환경조사 관련 신의성실의 원칙 등 기본적인 원칙마저 주한미군의 조직적인 정보은폐와 책임회피, 한국정부의 종속적이고 미온적인 대응으로 기지 주변 지역주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희생이 강요되었다. 더 이상 불평등한 한미관계 속에서 수많은 환경오염 범죄가 자행되고 이 땅의 민중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고엽제 매립을 포함한 수많은 만행들에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 불평등한 SOFA 개정으로 이러한 현실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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