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6일 목요일

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3호 _ 이라크 종전 선언과 전망; 전쟁은 과연 끝난 것인가?

 

이라크 종전 선언과 전망 : 전쟁은 과연 끝난 것인가?


::글_ 김덕엽(다함께)

 

8월말 미군의 이라크 “전투 임무 종료”에 맞춰 오바마는 전투 병력을 이라크에서 철군시켰다. 2003년 부시가 ‘이라크의 자유’라는 작전명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략한지 7년 4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 때문에 100만 명이 넘는 이라크인 들이 목숨을 잃었다. 고향을 등지고 해외로 피신한 난민이 180만 명이 넘고 국내에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수만큼 있다. 그리고 무려 4419명의 군인들이 이라크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번 전투병 철군이 이라크에서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5만 6천 명의 미군이 이라크에 남아 있다. 그리고 전투 병력이 철군한 직후 이미 한 명의 미군이 이라크 남무 바스라에서 작전 중 사망했다. 비극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전쟁의 명분이던 대량살상무기는 어디 있는가? 지난 3월 맷 데이먼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제거하는 임무를 받고 파병된 미 육군 준위를 연기한 <그린존>이 풍자했듯이 애당초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날조된 거짓말로 전쟁을 시작한 범죄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부시는 집권 말기인 2008년 12월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인 알-자이디에게 신발 역습을 받은 것 이외에는 전임 대통령으로서 모든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가장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자는 블레어다. 이 자는 중동 평화 특사로 공식 활동을 하며 기업들의 막대한 후원으로 돈방석에 앉더니 최근 투자은행까지 설립했다.


그런데 오늘날 이라크 전쟁은 전쟁범죄자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씁쓸한 결말 그 이상을 의미한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부상하는 경쟁 국가들을 제압하고 지정학적 요충지인 중동을 재편해 제국으로서의 패권을 공고히 하는 원대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7년 동안 미국이 이라크 전쟁으로 얻은 것이라고는 군사력의 과시와 지정학적 우위가 아닌 지정학적 대참사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은 대외 정책에서 정당성의 위기를 겪게 됐을 뿐 아니라 아무리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이라도 자기편이 많지 않은 곳에서 민중의 저항에 직면했을 때는 패배할 수 있다는, 오래된 진리를 재확인해 줬다.


‘아프팍’ 전쟁에서 인기를 잃은 오바마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이번 철군을 자신의 중요한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즈>가 지적했듯이 미군 철수는 부시가 이미 말라키 정부와 합의한 것이자 이라크 전략을 수정(이라크에서 대규모 미군을 철군시켜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자는)하자는 로버트 게이츠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임 정부의 대외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바마에게는 사실상 이라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아프팍’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군을 이라크에 묶어 둘 수 없을 것이며,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실패한 전쟁”으로 인식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지배자들은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이제 이라크 전쟁은 끝난 것인가? 2011년까지 이라크 경찰을 양성하기 위해 남겨진 5만 6천 명의 미군까지 모두 철수하면 미국은 이라크에서 손을 뗄 것인가?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와 이미 상화안보협정을 맺었다. 이것은 이라크 내 외국 군대의 공식 지위를 확정한 협정이다. 전투부대는 철군했지만, 미국은 이라크에 주둔할 미군 병사 5만 명을 전투부대에서 “자문-지원 여단”으로 교묘하게 재분류했다.


이는 미군의 명칭 변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군 지휘관들도 이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전투부대 철군이 미군이 참전하는 전투의 종식을 뜻하냐는 CNN 기자의 질문에 레이 오디에르노 이라크 주둔 사령관은 “아니다” 하고 말했다.


“전투 작전 수행을 위해 편성된 우리 부대가 주둔한다는 뜻이다. … 주둔 부대가 자문ㆍ훈련ㆍ지원을 조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체 방어 능력은 물론이고 필요시 또는 요청시 전투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오디에르노는 미군이 2020년까지 이라크에 주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군 전투복을 착용한 병사들만이 아니라 민간업자 수만 명이 이라크에 있다. 오바마 정부는 “유례없는” 민간 활동에 착수했다. “민간업자들의 소규모 군대”가 이 활동을 지원한다. 따라서 오바마가 지난 9월 1일 이라크 전쟁 종전 선언을 한 것과 달리 현실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라크 내 정치 상황과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미국이 쉽게 손을 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는커녕 안정적인 친미 정부를 수립하지 못한 미국은 자신이 나간 자리에 이란처럼 이미 이 전쟁으로 오히려 중동 내 영향력이 커진 국가들이 자신의 공백을 메울까봐 곤혹스러워 한다. 지난 3월 선거 이후 이라크는 정부도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이라크 주변을 둘러싸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란, 시리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이라크 내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로버트 게이츠는 새로 들어서는 이라크 정부가 미군의 계속 주둔을 위한 협상을 원할 경우 우리는 이에 응할 것이라며 미군은 2011년 이후에도 계속 주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 앤서니 코데스만은 이라크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승리하지도 않았다며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오바마 정부에 조언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호언장담한 ‘아프팍’ 전쟁이 “실패한 전쟁”으로 돼 가고 있는 지금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혹여 이라크에 이어 ‘아프팍’ 전쟁에서 회복하지 못한 제국의 체면을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이란 격 카드를 꺼내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만이 상처 입은 야수를 확실히 잠재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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