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6일 목요일

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3호 _ 밤의 마지막 여왕

팔레스타인을 향한 연대의 메아리


지난 5월 31일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구호품을 싣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선 선박을 공격해 9명을 살해하고 배에 탑승했던 모든 활동가들을 연행했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잠시 동안 이스라엘의 봉쇄로 지붕 없는 감옥이 되어버린 가자지구의 상황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였으나 이내 식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 여전히 이스라엘은 야만적인 봉쇄 정책을 지속하고 있고, 인도주의 구호품에 의존해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활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과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여성의 글을 대신 전합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봉쇄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연대의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밤의 마지막 여왕

 

::글_ 야스민 엘 쿠다리(Yasmeen El Khoudary/ 가자지구 점령지)

::작성_ 2010년 7월 5일 

::출처_ http://electronicintifada.net/v2/article11371.shtml

::번역_ 수진(경계를넘어)


"밤의 마지막 여왕"은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고대 동방의 여왕 혹은 여신의 이름이 아니다. "애프터 8"과 같은 파리의 향수나 초콜릿의 이름도 아니다. 오직 밤에만 꽃을 피우는 식물의 이름이다.


가자지구의 가정에서는 일 년에 단 며칠만 피는 이 아름다운 꽃의 개화를 간절히 기다린다. 태양의 빛이 이 밤의 여왕의 매혹적인 개화를 위해 도시에 작별을 고하고 떠나면, 잠시 후 여왕은 궁전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며 평화롭게 어둠이 깔린 세상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여왕의 매력에 이끌려 여왕의 움직임 하나에도 눈을 떼지 못한다.


꽃을 밤에만 볼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가자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가자에서는 낮에도 밤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꽃이 피어도 감상할 수 없어서 가족들은 여왕이 나타나 가족의 정원을 밝혀주기를 바란다. 밤이 되면, 사람들은 꽃을 보고 꽃의 개화를 알리기 위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다. 그러다 태양이 떠오르면 여왕은 왕관을 내려놓았다.


"밤의 마지막 여왕"은 꽃의 아름다움에 걸맞은 이름이다. 마치 세계에서 유명한 도시들에 붙여진 이름 중 하나처럼 들린다. 파리의 "빛의 도시"나 베이루트의 "중동의 진주"처럼 말이다. 이렇게 도시에 붙여진 이름들은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가자에 "밤의 여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가자는 매일 낮이건 밤이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낮 동안 어둠은 빛의 부족이나 통신 수단, 병원의 운영 등에만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다. 어둠은 세상이 도시를 대하는 편견의 색이다. 어둠은 도시를 톱으로 가른다. 그리고 어둠은 우리의 도시가 지하 감옥이 되길 바라는 적들이 붙여준 유일한 수식어다.


여태껏 밤의 여왕은 빛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한 적이 없었다. 여왕이 돌봐야 할 사람들이 있기에 꽃은 피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매일 밤과 낮에 어둠이 도시를 점령해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전기가 끊겨 결혼식에 음악이 멈추어도 사람들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월드컵 경기가 한창일 때 텔레비전이 꺼져도 사람들은 외국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득점수를 확인한다. 책상의 등이 꺼진다 할지라도 촛불을 켜고 과거 아랍의 영광과 평화의 무한한 놀라움, 또는 아주 밝게 빛나는 미래에 대해 공부하려는 학생의 열망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병원에 전기가 끊기면 삶도 멈춘다. 의사와 환자의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의 신음 앞에 어찌해볼 수도 없이 서있다. 도시 전체가 무력하다. 여왕 자신조차도 무력하고 나머지 모든 세상도 그러하다. 빛이 비추건 시간이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의무와 책임을 보이던 세상도 말이다.


세상은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기뻐하라, 가자의 사람들이여, 당신의 적들이 자비로이 엄청난 양의 토마토 케챱과 바느질용 바늘을 쏟아 부어 주리라! 감사하여라! 그리고 경고하건대, 서로 갈라지고 흩어져라. 그렇지 않으면 질투에 어린 너의 이웃들이 모두 먹어 치울 것이다."


세계는 가자에 정말로 토마토 케챱과 바늘을 간절히 필요하다고 여기면서, 가자의 주민들이 마침내 안도의 한 숨을 쉬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의 관대한 행동이 그처럼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밤의 여왕과 신음하는 환자, 그리고 가자의 주민들은 어둠의 한 가운데서 바늘과 토마토 케챱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한다.


하루가 끝나갈 때, 밤의 여왕은 다른 식물들처럼 그저 식물일 뿐이다. 다른 것들처럼 밤의 여왕도 수명이 정해져 있다. 밤의 여왕은 어둠이 지배하는 동안 숨이 멎게 될까, 아니면 적어도 빛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줄까? 다른 여왕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될까, 아니면 밤의 마지막 여왕으로 남게 될까?


야스민 엘 쿠다리(Yasmeen El Khoudary)는 가자에서 태어나고 자란 20세 팔레스타인 여성이다. 가자에서 아메리칸국제학교를 졸업했다. 학교는 2008년 말부터 2009년에 벌어진 이스라엘의 공습 중에 폭격을 받았다. 최근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교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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