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글_ 수진 (경계를넘어)
올해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었다. 2011년 10월 7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카불에 미사일을 쏟아 붓고 새로운 친미 정권을 세웠지만, 그로부터 10년 째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은 여전히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점령 아래 전쟁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점령군의 공격으로, 점령군과 저항군의 교전 중에 또는 저항세력의 테러 공격으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지겹도록 전해지고 점령군과 민간인 사망자의 수가 매년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반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 깃든 소식은 전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해 연말,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군사전략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즉, 오바마 행정부가 단행한 대규모 증파와 공습 확대 전략이 알카에다를 소탕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안정화시키는데 효과적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2010년 상반기에 미국이 3만 명의 병력을 증파한 후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는 나토와 그 외 동맹국 병력을 합쳐 약 15만 명의 병력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저항세력의 활동이 활발한 남부 지역에 미 해병대 병력을 집중적으로 파병해 전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미군은 저항세력의 활동 근거지를 완전히 뿌리 뽑는다는 명목으로 민간 가옥들을 파괴하기도 했는데, 칸다하르의 코스로우(Khosrow) 지역에서는 마을 6곳이 완전히 쓸려나갔다. 이와 더불어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벌어진 공습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자제요청을 할 정도로 작년 한 해 그 횟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5,465회의 공습이 벌어졌는데, 이는 2009년 전체 공습 횟수에 비해 30% 가량 증가한 것이었다. 또한, 미군은 확실한 진전의 또 다른 요인으로 특수부대원들로 구성된 암살부대의 활발한 활동을 꼽았다. 미국 <크리스챤사이언스모니터>는 한 미군 지휘관의 말을 인용해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24시간마다 저항세력 중간간부 3~5명과 24명의 병사들을 살해하거나 생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작자들의 생각으로는 대규모 병력과 화력을 동원해 아프가니스탄 구석구석을 조져놨으니, 그래서 더 많은 과격이슬람분자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자신들의 전략이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민중들은 “진전”이나 “성공”과는 거리가 먼 끊임없는 폭격의 굉음과 폭발의 잔해에 뒤덮인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자화자찬 일색의 군사전략평가 발표되고 나서 곧이어 국제적십자사는 이례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내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적십자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품을 운송하고 전달하는 환경이 소련 점령 하에서 아프가니스탄 내 활동을 시작한지 3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무장 세력의 확대와 저항공격의 급증으로 인도주의 활동가들조차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공개한 유엔의 기밀 안보지도 역시 지난 해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성이 더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첨부 지도 참조) 지난 해 3월과 10월에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을 위험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한 지도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북부지역의 위험수위가 높아진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상반기 내내 대대적인 저항세력 소탕작전이 펼쳐졌던 남부지역은 여전히 최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전혀 변화가 없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가 증가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UN이 작성한 민간인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사망자수가 약 6천명으로 200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 또한 AFP 뉴스 통신사는 2010년 한 해 동안 정부 보안군과 저항세력으로 분류된 이들을 포함한 아프가니스탄인 사망자의 숫자가 무려 1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특히 칸다하르와 헬만드 주를 비롯한 남부 지역은 점령군의 군사작전이 집중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그 어느 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영국의 <채널4>가 탐사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칸다하르에 위치한 미르와이즈(Mirwais) 병원에서 전쟁으로 인한 부상으로 치료를 받은 민간인 환자의 숫자가 2009년에 총 1,159명이었던 것에 비해 2010년 1월부터 10월까지 환자수가 3,056명으로 2.6배나 증가했다. 헬만드 주의 라쉬카르 가(Lashkar Gah)에 있는 응급병원에서는 2010년 10월 한 달 동안 158명이 치료를 받아 2009년 같은 달보다 77%가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군병원 관계자들도 민간인 환자의 숫자가 크게 증가했으며, 군인보다 민간인 환자의 숫자가 더 많은 경우도 많았다고 증언했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자료에는 전쟁과 관련한 부상을 입은 아동의 수가 전년에 비해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더 암울한 것은 올 한 해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군사전략평가 발표와 더불어 “아프가니스탄은 알카에다가 3천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숨지게 한 9.11 테러를 계획한 곳이고,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지역을 근거지로 테러리스트들이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지 부시가 10년 전에 지겹도록 읊었던 것과 싱크로율 100%다. 단지 테러 사건을 저지른 자들이 숨어 있었다는 이유로 한 나라를 초토화시키고 테러와 관계가 없는 수십만 명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어느 공식에 대입해보아도 해괴한 논리이다. 그럼에도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미국 대통령이라는 양반들은 10년 째 되풀이 하고 있다. 칸다하르 젊은이의 90% 이상이 9.11 사건이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는 조사 결과는 9.11과 아프가니스탄을 연결시키려는 미국의 주장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9.11을 일으켰다는 알카에다라는 조직이 아프가니스탄에 아무리 많아야 고작 50~100명뿐이라는 미중앙정보국 국장의 고백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전선을 파키스탄으로까지 확대한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와의 공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열 한 번째 해를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2014년에 완전히 철군하겠다는 약속도 지킬 의지가 없다. 11월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나토회담을 가진 이후 파키스탄을 방문한 당시 미 중동특사 고 리처드 홀브룩은 “2014년 말에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치안유지의 책임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환 전략이 실행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4년 이후에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홀브룩은 “우리는 전환전략을 갖고 있다. 출구전략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 철군이 불가함을 한 번 더 못 박았다. 오바마나 다른 군 관계자들이 올해 7월에 철군을 시작하겠다는 것은 완전한 결말이 없는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냥 그들이 마음을 고쳐먹고 전쟁을 그만 두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가니스탄의 민중들은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점령에 맞선 힘겨운 싸움을 견디고 있다. 우리가 튀니지와 이집트 민중들과 손잡았듯이 아프가니스탄 민중들과 함께 외쳐야 한다. 점령을 중단하라! 모든 점령군은 떠나라!
::글_ 수진 (경계를넘어)
올해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었다. 2011년 10월 7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카불에 미사일을 쏟아 붓고 새로운 친미 정권을 세웠지만, 그로부터 10년 째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은 여전히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점령 아래 전쟁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점령군의 공격으로, 점령군과 저항군의 교전 중에 또는 저항세력의 테러 공격으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지겹도록 전해지고 점령군과 민간인 사망자의 수가 매년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반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 깃든 소식은 전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해 연말,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군사전략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즉, 오바마 행정부가 단행한 대규모 증파와 공습 확대 전략이 알카에다를 소탕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안정화시키는데 효과적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2010년 상반기에 미국이 3만 명의 병력을 증파한 후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는 나토와 그 외 동맹국 병력을 합쳐 약 15만 명의 병력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저항세력의 활동이 활발한 남부 지역에 미 해병대 병력을 집중적으로 파병해 전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미군은 저항세력의 활동 근거지를 완전히 뿌리 뽑는다는 명목으로 민간 가옥들을 파괴하기도 했는데, 칸다하르의 코스로우(Khosrow) 지역에서는 마을 6곳이 완전히 쓸려나갔다. 이와 더불어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벌어진 공습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자제요청을 할 정도로 작년 한 해 그 횟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5,465회의 공습이 벌어졌는데, 이는 2009년 전체 공습 횟수에 비해 30% 가량 증가한 것이었다. 또한, 미군은 확실한 진전의 또 다른 요인으로 특수부대원들로 구성된 암살부대의 활발한 활동을 꼽았다. 미국 <크리스챤사이언스모니터>는 한 미군 지휘관의 말을 인용해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24시간마다 저항세력 중간간부 3~5명과 24명의 병사들을 살해하거나 생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작자들의 생각으로는 대규모 병력과 화력을 동원해 아프가니스탄 구석구석을 조져놨으니, 그래서 더 많은 과격이슬람분자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자신들의 전략이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민중들은 “진전”이나 “성공”과는 거리가 먼 끊임없는 폭격의 굉음과 폭발의 잔해에 뒤덮인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자화자찬 일색의 군사전략평가 발표되고 나서 곧이어 국제적십자사는 이례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내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적십자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품을 운송하고 전달하는 환경이 소련 점령 하에서 아프가니스탄 내 활동을 시작한지 3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무장 세력의 확대와 저항공격의 급증으로 인도주의 활동가들조차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공개한 유엔의 기밀 안보지도 역시 지난 해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성이 더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첨부 지도 참조) 지난 해 3월과 10월에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을 위험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한 지도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북부지역의 위험수위가 높아진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상반기 내내 대대적인 저항세력 소탕작전이 펼쳐졌던 남부지역은 여전히 최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전혀 변화가 없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가 증가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UN이 작성한 민간인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사망자수가 약 6천명으로 200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 또한 AFP 뉴스 통신사는 2010년 한 해 동안 정부 보안군과 저항세력으로 분류된 이들을 포함한 아프가니스탄인 사망자의 숫자가 무려 1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특히 칸다하르와 헬만드 주를 비롯한 남부 지역은 점령군의 군사작전이 집중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그 어느 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영국의 <채널4>가 탐사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칸다하르에 위치한 미르와이즈(Mirwais) 병원에서 전쟁으로 인한 부상으로 치료를 받은 민간인 환자의 숫자가 2009년에 총 1,159명이었던 것에 비해 2010년 1월부터 10월까지 환자수가 3,056명으로 2.6배나 증가했다. 헬만드 주의 라쉬카르 가(Lashkar Gah)에 있는 응급병원에서는 2010년 10월 한 달 동안 158명이 치료를 받아 2009년 같은 달보다 77%가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군병원 관계자들도 민간인 환자의 숫자가 크게 증가했으며, 군인보다 민간인 환자의 숫자가 더 많은 경우도 많았다고 증언했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자료에는 전쟁과 관련한 부상을 입은 아동의 수가 전년에 비해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더 암울한 것은 올 한 해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군사전략평가 발표와 더불어 “아프가니스탄은 알카에다가 3천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숨지게 한 9.11 테러를 계획한 곳이고,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지역을 근거지로 테러리스트들이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지 부시가 10년 전에 지겹도록 읊었던 것과 싱크로율 100%다. 단지 테러 사건을 저지른 자들이 숨어 있었다는 이유로 한 나라를 초토화시키고 테러와 관계가 없는 수십만 명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어느 공식에 대입해보아도 해괴한 논리이다. 그럼에도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미국 대통령이라는 양반들은 10년 째 되풀이 하고 있다. 칸다하르 젊은이의 90% 이상이 9.11 사건이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는 조사 결과는 9.11과 아프가니스탄을 연결시키려는 미국의 주장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9.11을 일으켰다는 알카에다라는 조직이 아프가니스탄에 아무리 많아야 고작 50~100명뿐이라는 미중앙정보국 국장의 고백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전선을 파키스탄으로까지 확대한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와의 공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열 한 번째 해를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2014년에 완전히 철군하겠다는 약속도 지킬 의지가 없다. 11월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나토회담을 가진 이후 파키스탄을 방문한 당시 미 중동특사 고 리처드 홀브룩은 “2014년 말에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치안유지의 책임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환 전략이 실행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4년 이후에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홀브룩은 “우리는 전환전략을 갖고 있다. 출구전략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 철군이 불가함을 한 번 더 못 박았다. 오바마나 다른 군 관계자들이 올해 7월에 철군을 시작하겠다는 것은 완전한 결말이 없는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냥 그들이 마음을 고쳐먹고 전쟁을 그만 두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가니스탄의 민중들은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점령에 맞선 힘겨운 싸움을 견디고 있다. 우리가 튀니지와 이집트 민중들과 손잡았듯이 아프가니스탄 민중들과 함께 외쳐야 한다. 점령을 중단하라! 모든 점령군은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