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성명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노동자 피랍사건 : 더 큰 무장 갈등과 재앙을 낳기 전에 철군하라

더 큰 무장 갈등과 재앙을 낳기 전에 철군하라

 

지난 13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사마간주의 한 도로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2명이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저항세력에 피랍됐다가 총격전 끝에 풀려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건설 현장을 호위하던 아프가니스탄 경찰 2명도 함께 피랍됐다가 풀려났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다시는 파병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번복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재파병을 강행한다면 파병 군인들과 국민들이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이번 피랍 사건은 우려가 또다시 현실로 드러난 것으로, 더 큰 재앙을 낳기 전에 파병된 한국군은 즉각 철군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가 재파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재건 사업을 하던 삼환기업 노동자들이 무장공격의 표적이 됐다. 재파병 전날 아프가니스탄 현지 파병 한국군 기지 건설 현장이 로켓 공격을 당한 것이다. 이 문제는 삼환기업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중대한 안전상의 문제로 여겨져 이로 인해 노사쟁의까지 발생했지만, 정부는 쉬쉬하면서 파병 지역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반대 여론과 우려를 묵살한 채 파병을 강행했다.

 

정부는 이번에도 사건이 발생한 지 여러 일이 지나도록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재건을 위한 파병’이라던 정부가 재건 사업을 하던 한국기업과 한국인 노동자들이 왜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는지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재건 사업은 점령을 정당화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실상 역시 부패로 얼룩진 복마전으로 변한지 오래다. 사회기반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해외에서 지원된 수십억 달러는 부패한 정부의 관리들과 재건 사업에 뛰어든 기업주들 몫으로 돌아갔다. 또한 주요 재건 사업 중 하나인 도로 건설 사업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재건 우선순위가 아니라 외국군의 안전한 작전 수행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여러 독립적인 국제 NGO의 평가보고서들이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인들은 미군과 나토군의 ‘재건’ 약속을 믿지 않는다. 재건 사업을 벌이겠다며 민간인 지역을 수색하고 저항 세력의 정보를 수집하는 지역재건팀(PRT) 또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점령군’으로 여기고 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10년째 지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그 어느 해보다 올해가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오바마 정부와 나토군 수뇌부들은 총공세를 펼치며 탈레반의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한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군과 나토군은 칸다하르에서 탈레반을 소탕하기 위해 ‘드래곤 스트라이크 작전’을 펼치며 민간인 건물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만 미 공군은 매일 30회 이상 총 1천 회 출격하며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오폭으로 민간인 사망이 급증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국경지대를 무차별 폭격해 무고한 희생자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군과 나토군에 대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환멸과 분노는 탈레반의 영향력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이미 미국 외교관계위원회가 지원한 연구 그룹의 최근 보고서는 “탈레반의 저항이 9·11 이후 미국이 침공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더 격렬”하며 “나토군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을뿐 아니라 “정부는 부패해 거의 쓸모가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현지에 파견된 한국 민간인의 생명도, 그리고 오폭으로 희생당하는 아프간 민간인의 생명도 아프간 안정화를 위한 ‘부수적 피해’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내에서라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이 국민여론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아프간에서는 ‘재건’이라는 허울뿐인 명분 아래서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의 2011년 철군약속은 지켜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군이 더 많은 군대를 주둔할수록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재건과는 거리가 먼 민간인 희생과 공동체 파괴의 악순환이 심화되어 왔음을 지난 9년간의 경험이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스스로 만들어낸 무장갈등의 덫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미국 모두를 구할 길은 철군뿐이다. 재파병된 한국군도 미국과 강대국들의 패권 전쟁을 도울 것이 아니라 즉각 철군해야 한다.

 

2010년 12월 17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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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9일 목요일

[성명서]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 동의안 날치기 통과 규탄한다

아랍에미리트(UAE) 특전사 파병 동의안 날치기 통과 규탄한다

 

 

한나라당이 어제(8일) 국회에서 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 동의안을 날치기 통과했다. 한나라당은 국방위원회도 거치지 않은 채 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 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 재석 157명 중 149명의 찬성으로 날치기 통과했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앞으로 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이 불러올 모든 불상사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있음을 밝힌다.

 

그동안 우리는 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이 중동 지역의 불안정을 높이는 일부가 될 것이며, 파병 군인들뿐 아니라 한국인들까지도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특전사 파병을 반대해 왔다. 아랍에미리트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가 지적한대로 이란 인접 걸프 만 국가들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지난 10년 동안 군사력이 급증해 온 나라다. 그리고 앞으로도 중동 지역 군사력 증대의 주요 국가가 될 것이다. 이미 아랍에미리트에는 10여 개 국가에서 3천 여 명이 주둔중이다. 그만큼 아랍에미리트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불안정한 지역이다. 또한, 미국·영국·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는 아랍에미리트를 주요 테러 발생 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온 한국이 핵발전소를 짓고, 파병까지 강행한다면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지역은 강대국의 패권적인 대외 정책 때문에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 해 민중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극심하다. 그런데도 중동 지역 정부들은 끊임없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복지와 일자리에 써야 할 막대한 돈을 무기 구입에 쏟아 붇고 있다. 이런 불안정한 지역에 파병과 무기 수출로 ‘국격’을 높이자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반인륜적이고 반평화적인 정책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날치기 통과로 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을 강행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을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 강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어제 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 동의안과 함께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이 통과됐다. 소말리아 아덴만은 전 세계 에너지 수송 지역의 요충지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해적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청해부대를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병했다. 그러나 지금도 소말리아 아덴만의 불안정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소말리아 아덴만의 해적 문제가 발생한 것은 미국이 저지른 소말리아판 ‘테러와의 전쟁’ 때문이다. 따라서 강대국의 군사적 해결책은 소말리아에 평화를 가져오기는커녕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소말리아가 하루 빨리 평화로워 지려면 미국과 강대국들이 소말리아에서 손을 떼야 한다. 청해부대 또한 파병 기간을 연장할 것이 아니라 즉각 철군해야 한다.

 

 

2010년 12월 9일

반전평화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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