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6일 목요일

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3호 _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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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3호 _ 여는글

 

::여는 글


끝나지 않은 전쟁, 심화하는 위기


부침을 겪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경제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군비를 1995년 수준으로만 낮춰도 6년 이내에 전 세계 외채를 탕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비가 무려 6조 달러가 넘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전쟁을 중단하고 전 세계 민중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 돈을 써야할 때입니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전쟁광들은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바마가 지난 9월 1일 이라크 종전 선언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보다 긴 이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실현된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미군 5만 6천 명이 이라크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안정적인 친미 정부를 세우지 못한 미국은 ‘아프팍’ 전쟁 때문에 이라크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그 자리를 이란과 같은 국가가 채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말과 달리 이라크 전쟁이 끝나지 않은 이유를 <이라크 종전 선언과 전망 : 전쟁은 과연 끝난 것인가>에서 분석합니다.


‘아프팍’ 전쟁은 어떻습니까? 몇 달 전 아프가니스탄 나토군 총사령관이 경질됐습니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이라는 말은 ‘아프팍’ 전쟁 사령관들을 두고 생겨난 말인 듯합니다. 승리의 전망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아니라 탈레반을 소탕하겠다고 벌인 작전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은 아직 전쟁을 그만둘 의지가 없다>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전황과 왜 오바마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지를 분석합니다.


야만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우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민간구호선단을 공격해 무려 9명을 살해한 야만을 기억합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를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구호선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번호에는 가자지구의 상황을 전하는 두 편의 번역 글이 실려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됐습니다. 올해에만 무려 10여 차례에 걸쳐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열립니다. 중국과 북한은 군사훈련이 있을 때마다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미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쟁을 부르는 한미군사훈련>은 한미군사훈련이 부를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독자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을 보유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들은 모두 미국의 동맹 국가들로 미국의 지원과 묵인 속에서 핵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진정한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은 핵없는 세계를 지향합니다. 그러나 미국 중심의 위선적인 핵정책으로는 핵문제를 해결 할 수도 없으며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NPT 회의 소식을 전하는 글은 NPT의 문제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올해 11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G20 국가들을 살펴보면 대다수 국가들이 직간접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지·지원하고 있습니다. G20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대응을 준비 중입니다. 반전평화연대(준)도 오바마판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지원하는 G20을 규탄하며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행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G20과 패권전쟁>은 잘 알려지지 않은 G20 소속 국가들이 그 동안 어떻게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해 왔는지 자세히 소개합니다.


이번 <반전평화연대>가 강대국의 패권 전쟁이 중단되길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지난 7월 아프가니스탄에 한국군이 재 파병되면서 많은 이들이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여전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는 대안은 이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행동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파병 국가의 대다수 국민들이 철군을 염원하고 점령 종식을 원합니다. 이것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싸워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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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3호 _ 그들은 아직 전쟁을 그만둘 의지가 없다

 

그들은 아직 전쟁을 그만둘 의지가 없다

::글_ 까밀로(경계를넘어)

 

지난 달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전역에 중계된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서의 미군의 전투 임무가 종료되었음을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미국 국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불과 2주 전, 2차 세계대전 종전 6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수십 명의 젊은 남녀들이 뉴욕 타임 스퀘어에서 수병과 간호사 복장을 한 채 키스 세리모니를 했던 것과 같은 기념 이벤트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10년 가까이 끌어온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피로감과 당최 빠져나올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 그리고 그에 따른 실업률 증가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전투임무를 종료했다는 거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별다른 감흥이 없기는 오바마 대통령 자신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수천 명의 군중들을 모아놓고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신 자신의 집무실에서 방송 카메라를 앞에 두고 마치 점잖은 교수님처럼 "이제는 (역사의)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 운운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이런 오바마의 태도는 어찌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이라크 전쟁에 대해 “잘못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국민들을 속인 잘못된 전쟁”이라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즉, 이라크 전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오바마의 전쟁이 아니었으며, 전임자가 누고 간 똥을 자기가 대신 치운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달랐다. 역시 대선 후보이던 시절, 그는 ‘이라크 전쟁은 나쁜 전쟁, 아프간 전쟁은 정당한 전쟁’이라며 두 개의 전쟁을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반전 여론이 월등히 높은 자기네 지지자들의 기대를 교묘히 피해갔다. ‘미국을 공격한 테러리스트들이 숨어있는 곳은 이라크가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이다, 그러니 이라크의 병력을 아프간으로 돌려서 신속히 테러리스트들을 격퇴시키고 우리의 젊은이들을 집으로 데려오겠다, 예스 위 캔’ 하고 말이다.


이번 연설에서도 그의 그런 ‘담대한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알 카에다는 계속해서 우리를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고, 그 지도부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지대에 몸을 숨기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분쇄, 해체, 격퇴시키는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리스트들의 기지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것이다. 이라크에서의 철수 덕분에 우리는 이제 공세를 가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했다.


그의 이런 자신감 덕분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미 오바마의 전쟁이 된 지 오래다. 이는 몇 가지 단순한 수치를 통해서도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미군의 수는 3만 3천 여 명에 불과했으나,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그 세 배인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오바마가 공식 취임한 2009년 1월 20일부터 올 해 8월 중순까지 사망한 미군의 숫자는 모두 577명으로, 부시가 집권하던 기간에 사망한 575명을 넘어섰다(icasualties.org 통계). 물론 미군 사망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동안 사망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의 수는 최소 1,200명, 부상자는 1,997명을 기록해 2001년 탈레반 정권이 쫓겨난 이래로 가장 많은 민간인 인명피해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모두가 이제는 더 이상 부시 전 대통령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오바마 스스로가 안고가야 할 업보인 것이다.


어찌됐든 간에,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머릿속에 그리는 아프가니스탄 해법은 아주 단순하다. 단기간에 많은 병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서 탈레반을 몰아내고 치안을 안정시켜 아프간 주민들의 ‘마음(hearts and mind)'을 사로잡은 다음, 아프간 정부에게 치안 유지의 책임을 넘기고 ‘모양새 좋게 빠져나오는(graceful exit)' 게 그의 구상이다. 물론 요 근래 아프간 주둔 미군 및 나토군 사령관에 취임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David Petraeus)는 퇴각이란 표현에 여전히 발끈하며 반드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그걸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승리란 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건지조차 애매모호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오바마의 아프간 해법은 전혀 귀에 설지 않다. 바로 부시의 이라크 해법과 붕어빵처럼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를 아프간으로, 부시를 오바마로 바꿔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 때문에, 공화당과 우파들은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 부시의 이라크 증파 결정에 끝까지 반대한 사실을 들먹이며 오바마를 조롱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에이, 잘난 척 하더니 너도 별 수 없네”하고 말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해법은 온전히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부시 시절부터 양대 전쟁의 판을 짜고 지휘해온 전 현직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및 나토군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탈(Stanley McChrystal)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를 비롯한 미 국방부의 장군들이 짜놓은 구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에 대해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지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패프(William Pfaff)도 ‘모양새 좋은 퇴각은 불가능하다(There can be no Graceful Exit)'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할 무렵, 당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총괄하는 사령관이던 퍼트레이어스는 이미 (아프간 전쟁) 계획을 다 짜놓은 상태였고, 군사적으로 초짜인 오바마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 예상했다... 이 계획은 10만 명이 넘는 병력을 새롭게 증파하고 거기에다 그 수만큼의 민간 군사요원들을 늘리는 것이었다... 오바마가 이 계획이 2011년 7월 미군이 철군을 시작할 수 있게끔 일 년 안에 승리를 보장해 줄 수 있을 지 묻자, 그들의 대답은 ‘문제없습니다, 대통령님’이었다.”


물론 대통령이 참모들의 조언을 듣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어차피 최종 결정과 책임은 대통령의 몫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굳이 이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오바마가 아프간 전쟁의 해법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했던 퍼트레이어스와 미 국방부가 보이는 행보가 심상치 않아서다. 그는 지난 8월 15일, 미 NBC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프간 미군의 대규모 조기 철군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그 다음날 뉴욕 타임즈는 “퍼트레이어스는 심지어 내년 여름 미군이 절대 철수해서는 안 된다고 (대통령에게) 제안할 가능성까지도 열어놓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비단 퍼트레이어스 뿐만이 아니다. 퍼트레이어스처럼 총대를 메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지 않을 뿐,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나 합참의장인 마이크 물렌 역시도 미국 정부의 최우선 순위는 “(철수가 아닌)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2011년 7월 철군 시작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때마침 8월 22일자 워싱턴 포스트 지에는 그런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그 일부분만 인용해 보면,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북부에 각각 1억 달러 씩을 들여 공군 기지 세 곳을 확장하겠다는 (미 국방부의) 이번 발표는 미래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증강된 군사 작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군사)시설을 계속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세 가지 공사는 모두 2011년 하반기가 지나서야 완공될 것이며, 아프가니스탄 군이 아니라 미군이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이 기사가 틀린 게 아니라면, 당연히 상식적인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니, 내년 7월부터 철군을 시작한다면서 수천억 원의 돈을 들여 기지를 확장한다고?’ 하는 의문 말이다.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퍼트레이어스 사령관과 미 국방부의 미심쩍은 행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과 나토 연합군인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8월 25일자로 기자들에게 보도 자료를 하나 배포했다. 그 대강의 내용은, 헬만드주 마르자 지역의 탈레반 사령관 물라 니아맛(Mullah Niamat)이 “탈레반은 마르자(Marjah) 지역에서 패배하고 있으며 승리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을 휘하의 반군들에게 공개적으로 인정했”으며, 이는 “전투에서의 패배와 아프간 주민들의 반감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 기초한 판단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해당 보도 자료에서는 “나라 전체적으로 반군들의 사기가 아주 낮아지고 있다”는 ISAF의 대변인인 조제프 블로츠(Josef Blotz) 독일군 준장의 말도 인용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마르자 지역은 올 2월 중순부터 ISAF와 아프간 연합군이 ‘무시타라크(모두 함께)’라는 작전명 하에 탈레반을 상대로 전면대공세를 벌여온 곳이다. 따라서 ISAF의 보도 자료는 자신들의 작전이 상당한 성공을 거뒀음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인 셈이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 깔린 논리는 이렇다. “이제 막 투자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벌써 내년 여름부터 철군이라니요. 아니 되옵니다, 각하.”


그러나 ISAF 측의 이와 같은 주장은 즉각 반론에 부딪치게 된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안보개발위원회(ICOS)>는 마르자가 위치한 헬만드와 칸다하르 주에서 지난 7월에 522명의 주민들을 상대로 벌였던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금도 마르자는 여전히 탈레반의 통제권 하에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또한 마르자 주민들은 탈레반의 전술에도 “분개하고” 있지만, 단 한 명을 제외한 피면접자 전원이 미군과 나토군에게 더욱 강하게 분노하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고 한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 지의 조슈아 파트로우(Joshua Partlow)기자 역시도 탈레반 전사들이 전통적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미했던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오지 마을에서 국지전을 벌이는 사례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나라 전체적으로 반군들의 사기가 낮아지고 있다”는 ISAF측과 정반대되는 주장을 펼쳤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아름답게 물러날” 수 있는 가능성이란 애초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인력과 물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아프간 무장 세력을 최대한 분쇄한 후 빠져나오겠다는 오바마의 구상은 틀렸다. 그럴수록 아프간 민간인들의 피해만 가중시킬 뿐, 미국이 더 이상 손에 쥘 수 있는 건 없다. 그런데도 미 군부의 전쟁광들은 여론을 호도하며 대통령의 철군계획마저 뒤엎고 전쟁을 지속시키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행여나 ‘이라크 전쟁은 이제 끝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내년 7월부터 철군이 시작되면 슬슬 정리 수순에 돌입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아직 때 이른 착각이다. 바로 이것이 점령을 막기 위한 우리의 싸움이 계속되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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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3호 _ 이라크 종전 선언과 전망; 전쟁은 과연 끝난 것인가?

 

이라크 종전 선언과 전망 : 전쟁은 과연 끝난 것인가?


::글_ 김덕엽(다함께)

 

8월말 미군의 이라크 “전투 임무 종료”에 맞춰 오바마는 전투 병력을 이라크에서 철군시켰다. 2003년 부시가 ‘이라크의 자유’라는 작전명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략한지 7년 4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 때문에 100만 명이 넘는 이라크인 들이 목숨을 잃었다. 고향을 등지고 해외로 피신한 난민이 180만 명이 넘고 국내에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수만큼 있다. 그리고 무려 4419명의 군인들이 이라크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번 전투병 철군이 이라크에서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5만 6천 명의 미군이 이라크에 남아 있다. 그리고 전투 병력이 철군한 직후 이미 한 명의 미군이 이라크 남무 바스라에서 작전 중 사망했다. 비극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전쟁의 명분이던 대량살상무기는 어디 있는가? 지난 3월 맷 데이먼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제거하는 임무를 받고 파병된 미 육군 준위를 연기한 <그린존>이 풍자했듯이 애당초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날조된 거짓말로 전쟁을 시작한 범죄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부시는 집권 말기인 2008년 12월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인 알-자이디에게 신발 역습을 받은 것 이외에는 전임 대통령으로서 모든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가장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자는 블레어다. 이 자는 중동 평화 특사로 공식 활동을 하며 기업들의 막대한 후원으로 돈방석에 앉더니 최근 투자은행까지 설립했다.


그런데 오늘날 이라크 전쟁은 전쟁범죄자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씁쓸한 결말 그 이상을 의미한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부상하는 경쟁 국가들을 제압하고 지정학적 요충지인 중동을 재편해 제국으로서의 패권을 공고히 하는 원대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7년 동안 미국이 이라크 전쟁으로 얻은 것이라고는 군사력의 과시와 지정학적 우위가 아닌 지정학적 대참사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은 대외 정책에서 정당성의 위기를 겪게 됐을 뿐 아니라 아무리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이라도 자기편이 많지 않은 곳에서 민중의 저항에 직면했을 때는 패배할 수 있다는, 오래된 진리를 재확인해 줬다.


‘아프팍’ 전쟁에서 인기를 잃은 오바마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이번 철군을 자신의 중요한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즈>가 지적했듯이 미군 철수는 부시가 이미 말라키 정부와 합의한 것이자 이라크 전략을 수정(이라크에서 대규모 미군을 철군시켜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자는)하자는 로버트 게이츠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임 정부의 대외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바마에게는 사실상 이라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아프팍’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군을 이라크에 묶어 둘 수 없을 것이며,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실패한 전쟁”으로 인식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지배자들은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이제 이라크 전쟁은 끝난 것인가? 2011년까지 이라크 경찰을 양성하기 위해 남겨진 5만 6천 명의 미군까지 모두 철수하면 미국은 이라크에서 손을 뗄 것인가?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와 이미 상화안보협정을 맺었다. 이것은 이라크 내 외국 군대의 공식 지위를 확정한 협정이다. 전투부대는 철군했지만, 미국은 이라크에 주둔할 미군 병사 5만 명을 전투부대에서 “자문-지원 여단”으로 교묘하게 재분류했다.


이는 미군의 명칭 변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군 지휘관들도 이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전투부대 철군이 미군이 참전하는 전투의 종식을 뜻하냐는 CNN 기자의 질문에 레이 오디에르노 이라크 주둔 사령관은 “아니다” 하고 말했다.


“전투 작전 수행을 위해 편성된 우리 부대가 주둔한다는 뜻이다. … 주둔 부대가 자문ㆍ훈련ㆍ지원을 조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체 방어 능력은 물론이고 필요시 또는 요청시 전투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오디에르노는 미군이 2020년까지 이라크에 주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군 전투복을 착용한 병사들만이 아니라 민간업자 수만 명이 이라크에 있다. 오바마 정부는 “유례없는” 민간 활동에 착수했다. “민간업자들의 소규모 군대”가 이 활동을 지원한다. 따라서 오바마가 지난 9월 1일 이라크 전쟁 종전 선언을 한 것과 달리 현실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라크 내 정치 상황과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미국이 쉽게 손을 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는커녕 안정적인 친미 정부를 수립하지 못한 미국은 자신이 나간 자리에 이란처럼 이미 이 전쟁으로 오히려 중동 내 영향력이 커진 국가들이 자신의 공백을 메울까봐 곤혹스러워 한다. 지난 3월 선거 이후 이라크는 정부도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이라크 주변을 둘러싸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란, 시리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이라크 내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로버트 게이츠는 새로 들어서는 이라크 정부가 미군의 계속 주둔을 위한 협상을 원할 경우 우리는 이에 응할 것이라며 미군은 2011년 이후에도 계속 주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 앤서니 코데스만은 이라크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승리하지도 않았다며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오바마 정부에 조언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호언장담한 ‘아프팍’ 전쟁이 “실패한 전쟁”으로 돼 가고 있는 지금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혹여 이라크에 이어 ‘아프팍’ 전쟁에서 회복하지 못한 제국의 체면을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이란 격 카드를 꺼내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만이 상처 입은 야수를 확실히 잠재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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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3호 _ 한반도 전쟁을 부르는 한미 군사훈련

 

한반도 전쟁을 부르는 한미 군사훈련


::글_ 2005 파병단식동지회

 

7월 25~28일 동해에서 훈련명 ‘불굴의 의지’ 아래 실시된 한미연합 해상 · 공중훈련에서 전 세계에 대한 미국 군사적 패권의 정점이라 할 미 해군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펼쳐졌다. 북한과 중국 코앞에서 일어난 한미연합 군사훈련에서 해상력 장악을 통한 공중전과 지상전의 압도라는 미국의 군사전략은 가감 없이 발휘되었다. 미 해군 6개 함대 중 하나인 제7함대의 주력이 바로 눈앞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은 해상 전력을 중심으로 미국이 북한은 물론 중국을 ‘초기 제압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북한과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였다. ‘불굴의 의지’ 훈련에는 7함대의 핵심전력인 조지 워싱턴호(9만7000t급) 항공모함, 이지스급 구축함, 아시아 최대수송함인 독도함(1만4000t급), 4500t급 한국형 구축함(KDX-Ⅱ)인 문무대왕함 및 최영함, 1200t급 잠수함, LA급 원자력추진 잠수함(7900t급ㆍ투산) 등 양국 함정(잠수함 포함) 20여척이 참가했다. 또한 세계최강의 F-22전투기(랩터)를 비롯한 F/A-18E/F(슈퍼호넷) 및 F/A-18A/C(호넷) 전폭기, 조기경보기 E-2C(호크아이 2000)와 한국군 F-15K, KF-16 전투기, 대잠 초계기(P3-C), 대잠 헬기(링스)를 포함한 200여대의 최신예 항공기가 훈련에 투입됐다. 훈련에 동원된 양국의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병력은 8000여 명에 달했다. 가공할 만한 첨단무기들의 포화 속에 디지털의 속도로 진행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가 대북 강경대응을 약속하고 결연한 동맹의지를 과시하는 주요 무대가 되었다.



천안함 침몰에 전 세계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북한의 어뢰 공격을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단정한 합동조사단의 발표와 전쟁기념관 대국민 특별 담화는 국내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으며 천안함과 관련한 정부와 군의 논리는 계속된 말 바꾸기, 일방적 억지를 통해 의문투성이로 얼룩졌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 또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불러들여 한국에서 활동한 러시아 조사단은 한국 정부에서 제공한 제한된 정보만을 토대로 해도 1번 어뢰와 천안함 침몰의 연관성이 없으며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과학 잡지 ‘네이쳐’는 합조단 발표로 인해 원인규명 작업이 끝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에 대한 과학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천안함 발표에 대한 의혹을 소개하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중국은 ‘인민일보’를 통해 소설 ‘나생문’을 언급하며 한미당국의 일방적인 주장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였다. 인민일보가 언급한 ‘나생문’은 한 가지 사건을 놓고 사람들이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내용이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와 미국이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을 응징하겠다며 자신만만하게 천안함 문제를 끌고 들어간 유엔 안보리 역시 한미 양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이라는 주장의 하나의 의견으로 언급했을 뿐이며, 이를 부정하는 주장 또한 동일선상에서 소개했다. 이어진 ARF 회의 또한 마찬가지 이었다. 오히려 안보리와 ARF 의장성명은 한반도 긴장 조성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으며, 6자회담 재개를 권고하였다. 이처럼 국제 사회는 천안함 침몰의 진실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으며 관련 당사국들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쟁훈련으로 치닫는 이명박과 오바마의 한미동맹


그러나 이 같은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한 강경조치의 수위를 더욱 높여가는 것으로 대답하고 있다. 6자회담 재개에 조건을 달며 사실상 대화를 거부한 한편 강도 높은 군사훈련으로 전쟁위협 수위를 높이는 데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7월 말 항공모함과 최정예 전투기들이 투입된 동해 한미합동군사훈련 ‘불굴의 의지’, 8월 5일부터 진행된 한국군 단독 서해 대잠훈련, 8월 16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에 이어 9월 초에는 서해상 한미연합 대잠훈련, 10월에는 부산 앞바다에서 PSI 훈련이 예정되어 있는 등 올해 하반기에만 한미연합 군사훈련 일정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단 한 대의 존재로 웬만한 나라의 군사력과 맞먹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는 9월 서해 대잠훈련에서는 빠지지만, 향후 훈련에서는 한반도 인근해역에서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불굴의 의지’ 훈련 당시 4명의 장교를 훈련에 ‘참관’ 시켰던 일본 자위대는 10월 PSI 훈련에 초계기, 호위함 등의 병력을 보내 ‘정식 참가’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서해상에서는 연합호국상륙훈련(10월 28일~11월 5일), 연합 항모강습단 기동훈련(10월 30~31일), 연합 해상 대특수전부대 훈련(11월 1~5일) 등의 한미 연합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올해 내내 쉬지 않고 군사훈련이 벌어지게 된 상황이다.


사상 유례없는 한미 군사훈련의 중심에 한미동맹이 있다. 6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전쟁 즈음에 천안함 사태 대응 과정에서의 긴밀한 한미 공조를 언급하며 “우리는 한미 동맹의 소중함을 거듭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7월 20~21일 한미 외교·국방 장관 (2+2) 회담에 참석한 클린턴 외무장관과 게이츠 국방장관과의 면담에서는 “한미동맹 60년에 마음이 든든하다”고 양국 협력을 다시 약속했다. 미국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한국과의 밀착된 동맹외교를 펼치며 대북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6월 17일, 2+2 회담 준비를 위해 미리 방한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매우 민감한 시기에 한미동맹이 매우 공고하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면서 천안함 관련 한국의 유엔 안보리 대응조치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은 한국의 대북 강경조치에 지속적으로 양국의 공통된 인식을 강조하면서 한미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에 강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6월 25일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한국전쟁을 맞아 “강력하고 지속적인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면서 “양국의 파트너십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7월 2+2 회담에서 클린턴, 게이츠 장관은 판문점과 공동경비구역,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한미 양국의 동맹의지를 재확인시켰다.


한 마디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북 군사협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6월 27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2015년 말로 연기하고 미국이 수락한 데에 감사를 표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한미의 전작권 환수연기를 합리적 결정이라 분석하고 2015년까지 한국의 국방역량 확충을 위한 국방비 증액을 통한 국방개혁 프로그램을 주문하면서 특히 양국의 해군 합동전력 강화에 주목했다. 전에 없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동맹관계를 선포한 한미 양국이 수차례 훈련을 통해 강화 발전시키는 합동 전력이라는 것은 결국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가.



다시 고개 드는 북한 급변사태론과 선제타격 전략


지난 7월 21일, ‘2+2 회담’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후계체제 문제와 관련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언급하고 대응방안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북한의 권력승계 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도발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으며, 김태영 장관 역시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작년 말부터 한미 양국은 언론을 통해 흘리거나 혹은 직접 언급 하는 방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이상설을 제기하며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꾸준히 유포해 왔다. 그리고 급변사태에 대응해야 한다며 군사훈련 계획 또한 세워왔다. 이명박 정부는 작년 말 북한의 붕괴 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완성했으며 ‘부흥’이라는 코드명으로 알려진 이 컨틴전시 플랜은 유형별로 북한의 붕괴 시나리오와 이에 따른 대응조치들을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미 국방부 역시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군 고위 관계자들이 작년 말부터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자고 한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함 침몰 당시 서해상에서 진행되었던 대규모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역시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훈련이었다. 당시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 내 불안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제거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지난 노무현 정부 때까지 개념계획에 머물러 있던 작전계획 5029를 지난해 말 완성하였는데, 작계 5029는 북한 급변사태(북한 정권교체, 정변에 의한 내전상황, 대규모 주민 탈북사태, 한국인 인질사태, 대량살상무기 유출 등)를 상정한 군사계획으로 대북 선제공격과 한미연합군의 북한 점령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천안함 사건 이후 구성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는 우리의 대북 군사전략을 이른바 ‘능동적 억제’로 바꿀 것을 제시했다고 한다. ‘능동적 억제’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발사할 조짐이나 전쟁 징후가 포착되면 북의 핵과 미사일 기지, 전쟁 지휘부 시설, 핵심전력 등을 사전에 공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선제타격 전략이다. 점검회의 관계자는 능동적 억제에 대해 “선제타격 개념이 정착되면 북한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파산에 이를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럽고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상황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94년 북미 핵위기 당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치닫는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 당시 미국 주요 관료들이 굳게 믿고 있던 이른바 ‘북한붕괴론’이었다. 당시 클린턴 정부는 북한이 곧 붕괴한다는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 강력한 대북압박 정책과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고, 실제 북한을 폭격하는 계획(작전계획 5026)까지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직전 단계까지 갔었다. 이후 북미간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되었지만 그동안 한반도의 민중들을 전쟁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또다시 소위 급변사태론을 기반으로 군사계획들이 수립되고 선제타격 전략에 따른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동북아의 9.11로 만들 셈인가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전쟁위협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 민중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누구나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했으나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은 전쟁 불사를 외치는 수구세력들과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대응에 대한 반대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반도에서의 또다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동북아의 각국 또한 전쟁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에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군사훈련의 직접적 대상인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한미가 한반도에서 벌이고 있는 비이성적 군사훈련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험천만한 군사훈련을 쉬지 않고 벌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천안함 사건을 구실로 한반도에서 실제로 전쟁을 벌여보겠다는 것인가?


미국은 전 세계를 무대로 수많은 침략전쟁을 벌여온 나라이다. 그들의 패권과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명분이 없으면 조작해서라도 전쟁을 일으켜 온 것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미국은 9.11 테러를 구실로 아프간을 침공하였고,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그들이 내세운 전쟁의 명분이란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바로 2000년대에 벌어진 일들이며 아직도 이 전쟁들은 끝나지 않고 아프간과 이라크 민중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빠질 대로 빠진 패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동북아에서 또 다른 전쟁위기를 조장하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한국전쟁 60주년인 오늘, 한반도에서 다시금 전쟁의 위협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전 세계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한반도의 평화를 대신 지켜주지는 못한다. 우리의 평화는 우리가 나서서 지켜야 한다.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한미 군사훈련을 반대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에 반전평화연대가 앞장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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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3호 _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가혹한 경제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을 향한 연대의 메아리


지난 5월 31일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구호품을 싣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선 선박을 공격해 9명을 살해하고 배에 탑승했던 모든 활동가들을 연행했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잠시 동안 이스라엘의 봉쇄로 지붕 없는 감옥이 되어버린 가자지구의 상황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였으나 이내 식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 여전히 이스라엘은 야만적인 봉쇄 정책을 지속하고 있고, 인도주의 구호품에 의존해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활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과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여성의 글을 대신 전합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봉쇄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연대의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가혹한 경제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글_ 멜 프릭버그 (Mel Frykberg/ 라말라, 서안지구 점령지)

::작성일_ 2010년 7월 16일

::출처_ http://electronicintifada.net/v2/article11397.shtml

::번역_ 수진(경계를넘어)


이스라엘은 긴급한 구호물자를 싣고 가자지구로 향하던 선박에 무참한 공격을 가한 이후가자에 대한 강력한 봉쇄조치를 완화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의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유엔과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의 봉쇄완화가 가자 주민들의 삶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도가 완화된다 할지라도 봉쇄는 민간인에 대한 집단처벌이며, 이것은 국제법상 불법이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사무소의 그리스 건네스(Chris Gunness)가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가자 인구의 80%가 구호물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구호물품을 더 들여보내는 것은 이런 의존성을 지속시키면서 문제의 근본 원인이나 자급자족에 대한 문제는 희석시킨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이스라엘 특공대는 공해상에서 "프리돔 프로틸라(자유 소함대)"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여 선박 중 한대인 마비 마르마라호 선상에서 9명의 활동가를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국제사회는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한 가자지구의 심각한 인도주의 상황에 관심이 쏠렸다. 이스라엘보다는 낮은 수위이지만 이집트의 국경 봉쇄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국제사회의 압력에 따라 이스라엘은 봉쇄를 완화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6월 말경 이스라엘 총리 벤야민 네타냐후는 가자로 반입되는 민간 물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경제 활동을 확대시키기 위한 6개 조항의 안을 제시했다. 제시한 안에 따르면 모든 상품은 –이중 목적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어 금지 목록에 오른 물품을 제외하고- 가자지구로 반입이 허락될 것이며 매일 250개 트럭분의 물품이 반입되고 건축 자재의 반입이 더 쉬워지고 인도주의 활동과 국제 NGO들의 이동이 원활해진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기샤(Gisha)는 정부의 안에 따라 가자로 들어가는 화물의 양이 다소 늘어나고 상품의 수입도 증가하게 되지만, 여전히 봉쇄 이전의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며 150만 명 주민들이 매일 필요로 하는 양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6월 20일 이후 일주일 동안 695대의 화물 트럭이 가자로 들어갔다. 봉쇄 이전에 보통 한 주에 2,400 트럭 분량의 물품이 가자에 들어온 것과 비교하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양의 30%에 불과한 양이다. 지난 3년 간 가자지구에는 매월 2,328 대 분량이 들어왔는데 봉쇄 이전에는 매월 10,400대의 분량이 들어왔었다.


게다가, 안전을 위협하는 것과 상관없는 산업 원자재의 반입은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기샤가 발표한 보고서는 "(봉쇄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의 반입을 막는 등의 경제전쟁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직물과 공업용으로 포장된 인조버터, 물엿, 포장 박스, 그 외 원료의 반입은 여전히 금지되어있다.


유엔 중동 인도주의 조정관이자 특별 대리인 맥스웰 게이라드(Maxwell Gaylard)는 "가자에 마요네즈와 감자 칩의 반입을 허락해준 것은 근본적인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엉뚱한 일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가자의 식수와 위생, 전력, 교육, 의료 분야의 개선이다. 가자의 경제는 망가졌고 기본 시설은 극도로 취약한 상황이다." 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자지구의 경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가자의 경제가 크게 의존해온 수출의 관문을 여는 것이다. 2005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서명한 <이동 및 접근에 관한 협정>은 하루 400대 트럭 분량의 수출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년 간 가자의 수출량은 295 트럭 분량밖에 되지 않았다. 기샤는 "가자 내의 가구와 의류, 직물, 식품 제조와 같은 중요한 산업은 가자지구 외부에서 판매하는 수입에 의존해왔다."고 보고했다.

붕괴 직전에 놓인 제조업은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있는 가자의 은행 구좌 동결로 인해 합법적인 자금의 이동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위기가 가중되었다. 그리고 이들 산업은 원자재와 예비부품의 반입 금지 조치로 전멸했다.


"캐스트 리드 작전(2008년 12월 27일에 시작됐던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최소 6만 채의 주택과 건물이 파괴됐다. 이 건물들은 보수와 재건축 작업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봉쇄완화로는 이런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사무소의 크리스 건네스의 말이다.


해결되지 않은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는 가자 주민들의 이동에 대한 제약이다. 치료를 위해 가자 밖으로 나가야 하는 사람들, 또는 공부를 하러 떠나거나 서안 지구의 가족을 방문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가자를 떠날 수 없다. 2000년에 팔레스타인인 노동자 2만6천명이 하루 일당을 벌거나 대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이스라엘에서 벌어들인 돈은 가자 경제에 큰 활력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이스라엘 방문 허가를 받은 가자 주민은 에레즈 국경을 통과한 95명뿐이다. 서안 지구에서 공부를 하려던 학생들은 매번 국경을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가자지구의 알-메잔 인권 센터(Al-Mezan Center for Human Rights)의 변호사 파트마 샤리프(Fatma Sharif)는 서안지구 라말라 근방에 있는 비르제잇 대학에서 석사학위 공부를 하기 위해 서안지구 방문을 신청했지만 이스라엘 고등법원은 이를 불허했다.  법원의 결정은 샤리프가 안전을 위협할 거라는 판단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방문신청이 이스라엘 정부가 봉쇄 정책 하에서 가자 주민들에게 가하고 있는 여행제한지침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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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3호 _ 밤의 마지막 여왕

팔레스타인을 향한 연대의 메아리


지난 5월 31일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구호품을 싣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선 선박을 공격해 9명을 살해하고 배에 탑승했던 모든 활동가들을 연행했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잠시 동안 이스라엘의 봉쇄로 지붕 없는 감옥이 되어버린 가자지구의 상황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였으나 이내 식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 여전히 이스라엘은 야만적인 봉쇄 정책을 지속하고 있고, 인도주의 구호품에 의존해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활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과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여성의 글을 대신 전합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봉쇄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연대의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밤의 마지막 여왕

 

::글_ 야스민 엘 쿠다리(Yasmeen El Khoudary/ 가자지구 점령지)

::작성_ 2010년 7월 5일 

::출처_ http://electronicintifada.net/v2/article11371.shtml

::번역_ 수진(경계를넘어)


"밤의 마지막 여왕"은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고대 동방의 여왕 혹은 여신의 이름이 아니다. "애프터 8"과 같은 파리의 향수나 초콜릿의 이름도 아니다. 오직 밤에만 꽃을 피우는 식물의 이름이다.


가자지구의 가정에서는 일 년에 단 며칠만 피는 이 아름다운 꽃의 개화를 간절히 기다린다. 태양의 빛이 이 밤의 여왕의 매혹적인 개화를 위해 도시에 작별을 고하고 떠나면, 잠시 후 여왕은 궁전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며 평화롭게 어둠이 깔린 세상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여왕의 매력에 이끌려 여왕의 움직임 하나에도 눈을 떼지 못한다.


꽃을 밤에만 볼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가자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가자에서는 낮에도 밤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꽃이 피어도 감상할 수 없어서 가족들은 여왕이 나타나 가족의 정원을 밝혀주기를 바란다. 밤이 되면, 사람들은 꽃을 보고 꽃의 개화를 알리기 위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다. 그러다 태양이 떠오르면 여왕은 왕관을 내려놓았다.


"밤의 마지막 여왕"은 꽃의 아름다움에 걸맞은 이름이다. 마치 세계에서 유명한 도시들에 붙여진 이름 중 하나처럼 들린다. 파리의 "빛의 도시"나 베이루트의 "중동의 진주"처럼 말이다. 이렇게 도시에 붙여진 이름들은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가자에 "밤의 여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가자는 매일 낮이건 밤이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낮 동안 어둠은 빛의 부족이나 통신 수단, 병원의 운영 등에만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다. 어둠은 세상이 도시를 대하는 편견의 색이다. 어둠은 도시를 톱으로 가른다. 그리고 어둠은 우리의 도시가 지하 감옥이 되길 바라는 적들이 붙여준 유일한 수식어다.


여태껏 밤의 여왕은 빛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한 적이 없었다. 여왕이 돌봐야 할 사람들이 있기에 꽃은 피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매일 밤과 낮에 어둠이 도시를 점령해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전기가 끊겨 결혼식에 음악이 멈추어도 사람들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월드컵 경기가 한창일 때 텔레비전이 꺼져도 사람들은 외국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득점수를 확인한다. 책상의 등이 꺼진다 할지라도 촛불을 켜고 과거 아랍의 영광과 평화의 무한한 놀라움, 또는 아주 밝게 빛나는 미래에 대해 공부하려는 학생의 열망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병원에 전기가 끊기면 삶도 멈춘다. 의사와 환자의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의 신음 앞에 어찌해볼 수도 없이 서있다. 도시 전체가 무력하다. 여왕 자신조차도 무력하고 나머지 모든 세상도 그러하다. 빛이 비추건 시간이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의무와 책임을 보이던 세상도 말이다.


세상은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기뻐하라, 가자의 사람들이여, 당신의 적들이 자비로이 엄청난 양의 토마토 케챱과 바느질용 바늘을 쏟아 부어 주리라! 감사하여라! 그리고 경고하건대, 서로 갈라지고 흩어져라. 그렇지 않으면 질투에 어린 너의 이웃들이 모두 먹어 치울 것이다."


세계는 가자에 정말로 토마토 케챱과 바늘을 간절히 필요하다고 여기면서, 가자의 주민들이 마침내 안도의 한 숨을 쉬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의 관대한 행동이 그처럼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밤의 여왕과 신음하는 환자, 그리고 가자의 주민들은 어둠의 한 가운데서 바늘과 토마토 케챱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한다.


하루가 끝나갈 때, 밤의 여왕은 다른 식물들처럼 그저 식물일 뿐이다. 다른 것들처럼 밤의 여왕도 수명이 정해져 있다. 밤의 여왕은 어둠이 지배하는 동안 숨이 멎게 될까, 아니면 적어도 빛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줄까? 다른 여왕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될까, 아니면 밤의 마지막 여왕으로 남게 될까?


야스민 엘 쿠다리(Yasmeen El Khoudary)는 가자에서 태어나고 자란 20세 팔레스타인 여성이다. 가자에서 아메리칸국제학교를 졸업했다. 학교는 2008년 말부터 2009년에 벌어진 이스라엘의 공습 중에 폭격을 받았다. 최근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교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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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 모니터보고서3호 _ NPT와 핵없는 세계

 
NPT와 핵 없는 세계

- 2010년 NPT 평가회의와 향후 과제


::글_ 수열(사회진보연대)

 

지난 5월 3일부터 28일까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2010년 핵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이하 평가회의)가 열렸다. 평가회의는 NPT 조약 8조 3항의 규정에 따라 5년 마다 조약의 주요 구성 요소인 핵군축과 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상황을 평가하는 조약 당사국 회의로 이번이 8번째 회의다.

평가회의는 핵무기 문제만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과 원자력 기술, 핵물질의 생산과 통제, 안전보장 등 원자력과 관련된 문제 전반을 다룬다. NPT에 가입하고 있는 조약 당사국 정부뿐만 아니라 반핵운동진영, 평화운동진영, 환경운동진영 역시 평가회의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2009년 ‘핵 없는 세계’ 선언 이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한 일련의 행동은 핵군축에 대한 기대를 한껏 고취시켰다. 이번 평가회의에는 189개 당사국 외에 121개 반핵반전평화운동 조직에서 1,000여 명의 활동가들이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해 평가회의와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 대한 높은 기대를 보여주었다.



2010년 평가회의의 주요 특징


이번 평가회의는 전체 토론, 3개의 메인위원회별 회의, 심사위원회, 전체회의, 초안 위원회 등 총 64개 회의와 옵저버들의 다양한 부대 행사들로 구성되어 진행되었다. 2010년 평가회의의 주요 특징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핵보유국, 특히 미국과 러시아의 핵군축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들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4월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통해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 핵탄두를 1,500-1,675개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평가회의 개막 당일 미국은 현재 보유 중인 핵탄두 비축량 규모를 공개했다. 핵보유국의 핵군축 노력이 별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쌓여왔던 비핵보유국의 불만이 폭발해 파행으로 치달았던 2005년 평가회의 당시 상황에 비추어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보여준 행동은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평가에 기반해 이번 평가회의는 15년 만에 ‘최종문서’ 합의에 성공했다.

둘째, 핵무기와 핵 테러리즘의 차단이 강조되었다. 이는 이번 평가회의 개최 전부터 충분히 예상되었던 내용이다. 핵 확산과 핵 테러리즘의 차단을 ‘핵심 계획’으로 설정한 미국의 2010 핵태세검토보고서나, 국제 안보에 가장 도전적인 위험으로 핵 테러리즘을 강조한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와 같은 맥락이다. 북한과 이란 사례는 다른 나라들의 핵개발 의욕을 자극할 수 있다. 따라서 핵보유국은 이탈세력에 대한 단호한 입장과 대처를 통해 강력한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며 추가적인 이탈 행위를 막으려 하고 있다.

셋째, 강력한 비확산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나 ‘핵분열성물질생산금지조약’(FMCT)과 같은 추가적 조약/조치들이 강조되었다. 추가적인 핵무기의 개발이나 현존 핵무기를 개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하, 수중, 외기권(outer space)에서 진행되는 핵실험을 금지하는 CTBT 비준과 시행이 핵군축과 비확산 체제의 핵심요소로서 강조되었다. 더불어 CTBT가 시행되는 시점까지 핵보유국 개개의 핵실험폭발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을 촉구하였다. 이와 함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핵분열성 물질을 신고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국제적인 검증 시스템의 통제를 적용할 것이 요청되었다.

넷째, NPT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조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번 평가회의에서는 몇몇 비핵보유국 국가/그룹과 반핵평화운동 조직들이 ‘핵무기협약’(Nuclear Weapon Convention)이라는 명칭으로 새로운 조약을 제안했다. 그동안 NPT가 지니는 근본적 한계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핵보유국이 핵무기 숫자를 늘리거나 개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가할 수 없으면서, 비핵보유국의 활동만 제약하기 때문이다. NPT를 통해 핵보유국이 증가하는 것은 막을 수 있더라도 핵군축을 이룰 수는 없으며, 결국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패권을 보증하는 체제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불평등성을 극복하고 진정 핵군축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의견그룹들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번 평가회의에서는 신의제연합, 비동맹노선을 비롯하여 비엔나 10그룹, De-alerting 그룹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1) 주로 핵보유국-비핵보유국의 대립 구도였던 과거에 비해, 2000년 평가회의 이후 자국의 이해에 따라 다양한 의견그룹들이 조직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평가회의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속내


5월 3일 평가회의 개막 첫 전체토론에서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다. 조약 당사국 회의이긴 해도 각국의 정상이 모이는 정상회의가 아닌 NPT 평가회의에 참가국의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의혹과 이에 대한 처리가 이번 평가회의에서 주요한 쟁점인 만큼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대표단은 즉각 퇴장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어떤 나라들은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핵을 이용하지만, 어떤 나라들은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핵을 이용한다’, ‘수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압박을 정면으로 비판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대답이 그날 오후 바로 나왔다. 오후 전체회의에서 발언에 나선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몇몇 이탈 세력들이 국제 사회에 도전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규칙은 지켜져야 하고, 위반은 처벌되어야 한다...(중략)...지금 이 회의가 강력한 국제 사회의 응답을 보여줘야 할 순간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표방한 ‘핵 없는 세계’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미국이 응답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핵무기 감축 의무와 비확산 의무는 NPT 체제의 양대 축이다. 그러나 미국이 말하는 ‘국제 사회의 규칙’은 핵무기 감축보다는 비확산 쪽으로 훨씬 더 기울어져 있다. 1995년 NPT의 연장을 결정하기 앞서 미국은 CTBT의 비준을 약속하면서 핵보유국들의 지지부진한 군축에 불만이었던 비핵보유국들을 달랬다. 그러나 막상 NPT의 무기한 연장이 결정되고 나서는 태도가 달라졌다. 1999년 미국은 CTBT 국회 비준을 거부했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또한 2002년에는 미사일방어망(MD)을 추진하기 위해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협정’(ABMT)도 파기했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국제 사회의 규칙’을 내세웠다, 쓰레기통에 내버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주장하는 ‘국제 사회의 규칙’이란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2)



쟁점들


1) New START와 핵군축

이번 평가회의에서 미국-러시아가 맺은 New START를 근거로 핵군축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현재 너무 많은 핵무기가 존재한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핵보유국들이 한 최근의 핵군축 약속이 너무나 미흡하고 과장되어 있으며, 실제 실현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5월 6일에는 러시아 정부 대표단이 주최한 ‘러시아의 NPT 준수 브리핑’이라는 사이드 이벤트가 열렸다.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러시아의 NPT 이행 상황, 특히 핵군축 관련한 문제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New START가 핵군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러시아 정부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집을 지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집이 정말 좋은 집이라고 언제 대답할 수 있는가? 물은 잘 나오는지, 전기 공급 문제는 없는지,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언제쯤 정말 훌륭하다고 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그는 또한 이렇게 덧붙였다. “New START는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 그것이 미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우리로선 알 수 없다.”

New START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는 보유하고 있는 전략 핵탄두를 1,500개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약속했지만 교묘한 탄두 계산 방식으로 감축 효과가 과장되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3) 이와 더불어 New START가 ‘전략’무기 감축 협정이란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핵무기는 그 용도와 사거리에 따라 전략 핵무기와 전술 핵무기로 구분하지만, 이렇게 구분해보면 보통 300Kt(킬로톤, 1Kt은 TNT 1,000톤의 폭발력)의 파괴력이 그 기준이 되기도 한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리틀보이의 파괴력은 13-18Kt,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맨은 21Kt 정도로 추정된다. 폭탄 투하 후 4개월 내에 사망한 사람만 히로시마에서 9만-16만 6천 명, 나가사키에서 6만-8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이후 사망자나 후세의 고통은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전술핵은 내버려두고 전략핵만 일부 감축하는 것은 핵 없는 세계와 거리가 멀다.


2) 핵무기협약

이번 평가회의에서는 핵무기협약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는 NPT 체제가 지난 40년간 핵무기의 무차별적 확대를 막는 역할을 했지만 핵보유국의 실질적인 감축을 강제할 수는 없었다는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아직까지는 제안 단계이고 정부들의 입장도 다르기 때문에 향후 협약의 실내용이 어떻게 구성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제안된 내용을 살펴보면 ‘효과적인 국제적 통제 하에 핵무기 폐기를 완수할 법적 구속력이 있는 틀’로 요약할 수 있다.

1996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는 핵무기의 위협과 사용의 법적 타당성에 대한 권고안을 제출했다. 권고안은 모든 국가들이 NPT 6조에 명시된 협상(일반적이고 완전한 군축 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결론지어야 한다고 밝혔다.4) 2009년 유엔 총회에서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안에 대한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결의안은 모든 국가들이 NPT 6조의 의무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핵무기의 개발과 생산, 실험, 배치, 비축, 전달, 위협이나 사용을 금지하고 완전히 폐기하는 핵무기협약을 조속히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개시하는 것을 NPT 6조의 이행수단으로 밝혔다.

그러나 이번 평가회의 최종문서에는 핵무기협약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못했으며 NPT에 제시된 핵군축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미국은 5월 5일 국무부 주최의 사이드 이벤트에서, 미국이 세계적인 군축을 추진하겠지만 새로운 핵무기협약의 형태는 아니라고 밝혀 NPT 이외의 조약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핵 없는 세계’ 선언이나 New START 체결 등으로 핵군축 의지를 포장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핵군축을 통해 핵보유국의 독점적 지위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음이 드러난다.


3) 이란과 중동

앞서 이란과 미국의 갈등을 소개했듯, 이란의 핵프로그램과 함께 중동 문제는 이번 평가회의의 핵심 쟁점이었다. 이란은 평가회의 내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권리를 강조하며 자국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정당화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평가회의 첫날 이란을 강도 높게 비난했던 것에 이어 평가회의가 진행되고 있던 5월 18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강력한 추가 제재안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이란에 대한 공세를 가속했다.

그러나 이번 평가회의 최종문서에서 이란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다만 1995년 중동 결의안5)을 언급하며 중동 지역 문제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강제력이 떨어지는 NPT 평가회의 결의보다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실제로 유엔 안보리는 지난 6월 9일 이란에 대한 네 번째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4) 그 밖에

기타 쟁점으로는 1>이스라엘, 2>중동 비핵지대 회의, 3>북한 문제를 들 수 있다. 평가회의 최종문서는 이스라엘이 NPT에 가입하고 모든 핵시설을 IAEA의 통제 하에 둘 것을 강조했다. 또한 핵무기와 여타 모든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중동 지대 건설을 논의하는 회의를 2012년에 개최할 것을 결정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에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인도와 파키스탄을 포함하여) 북한이 비핵보유국 자격으로 NPT에 가입/복귀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음을 명시했다.



진정 ‘핵 없는 세계’를 향해


미국은 핵 테러리즘이 국제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라며 핵물질이 거래되는 암시장을 차단하고 이를 이용하는 비국가 행위자와 이들을 지원하는 세력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차단하고 처벌해도 암시장은 세계의 뒤편 어디선가 존재하기 때문에 암시장이다. 핵무기와 이에 필요한 물질, 장치들이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거래될 수 있는 상품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무기 용도의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지 않는 것(FMCT, 핵분열물질금지조약), 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CTBT), 그리고 핵보유국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하루 빨리 폐기하는 것이 바로 핵무기와 핵테러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확실한, 그리고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핵보유국의 일부 핵군축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NPT는 또다시 그 생명을 연장하게 되었지만, 획기적인 군축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러시아 대표의 말처럼 “New START가 미국 의회를 통과할지조차 아직 알 수 없”으며, 실제 군축 효과도 미지수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핵무기 감축을 법적으로 강제할 새로운 조약의 출현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미국의 군사적 패권과 핵보유국의 독점적 지위가 유지되는 한 ‘D핵 없는 세계’Í는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수차례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는 이란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제재와 위협은 핵 경쟁을 종식시킬 수 없다. 40년 NPT의 역사는 핵보유국의 독점적 지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를 경험한 모든 나라들은 군사력의 차이가 절대적일 수록 핵보유국이 되고자하는 열망을 포기하기 힘들다.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한 공포가 팽배했던 냉전 시기 서유럽에서 또 한 번의 세계적 비극을 막은 것은 소련의 SS-20 미사일도, 미국의 중거리 핵탄두 미사일 퍼싱-2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사일 배치를 저지시킨 대중적인 평화운동의 힘이었다. 진정 핵 없는 세계를 향해 평화운동이 올바른 해답을 보여줘야 할 차례다.



<2010년 NPT 평가회의 최종문서 주요 내용>

핵 군축

명백한 이행

○ 핵보유국의 핵무기 완전 폐기 약속을 재확인.

○ 핵보유국이 모든 종류의 핵무기(실전배치분과 비배치분 포함)를 감축하고 폐기하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

감축

○ 미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을 조기에 시행하기 위해 헌신할 것을 결정.

○ 핵보유국들이 모든 종류의 핵무기 비축량을 전반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조속히 노력할 것을 요청.

안보정책

○ 핵보유국들이 모든 군사/안보 개념, 교리, 정책에서 핵무기의 역할과 중요성을 축소할 것을 요청.

현대화

○ 핵보유국의 핵무기 개발과 질적 개량에 대한 비핵보유국의 정당한 우려 인정.

배치 상태(작동 상황)

○ 배치 상태를 낮추는 것이 핵군축의 진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인식.

○ 핵무기 시스템의 배치 상태를 더 낮추어야 한다는 비핵보유국의 정당한 요구를 핵보유국이 고려하여 지체 없이 수행할 것을 요청.

핵실험

○ 모든 핵보유국들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결정.

핵분열물질

○ 무기용 핵분열물질의 생산을 금지하는 무차별적이고 다자적이고 국제적이며 효과적인 검증 조약에 대한 협상과 체결의 조속한 필요성을 재확인하며, 그러한 협상을 즉각 시작할 것을 군축회의(CD)에 요청.

○ 핵보유국이 군사용 목적으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모든 핵분열물질을 IAEA에 신고하는 것과 그러한 물질을 IAEA의 안전조처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해 노력하도록 권장.

○ 모든 국가가 IAEA의 기준에 따라 군사용 목적으로 더 이상 필요치 않은 핵분열물질의 비가역적인 제거를 보증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검증 방식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정.

○ 모든 국가가 무기용 핵분열물질 생산 시설의 해체와 전환을 향한 절차에 착수할 것을 권장.

안전 보장과 비핵지대

안전 보장

○ 모든 핵보유국들이 현존하는 안전보장 관련 의무를 충분히 존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정.

비핵지대

○ 핵보유국이 비핵지대 조약과 추가 협약에 의해 제공되는 안전보장을 시행할 것을 요청.

비확산

IAEA 안전조처

○ 166개 국가들이 IAEA의 포괄적 안전조처에 합의한 것을 환영.

○ 이러한 안전조처들이 비확산 체계의 근본적인 요소임을 인식.

○ 남은 18개 당사국들이 그러한 포괄적 안전조처를 시행할 것을 주장.

추가 협약

○ 추가 협약의 준수가 미공개 핵물질과 활동의 부재에 대한 확신을 증진시킨다는 것을 강조.

○ 추가 협약의 결정은 주권의 문제이지만, 법적인 의무임을 강조.

○ 핵보유국의 평화로운 핵 시설에 안전조처를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할 것을 요청.

수출통제

○ 비확산에 대한 신뢰 분위기를 조성하는 효과적이고 투명한 수출통제가 평화로운 핵물질의 교환을 촉진하는 데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

○ 모든 조약 당사국들이 그들의 핵관련 수출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핵무기나 여타 핵폭발 장치의 개발을 보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할 것을 요구.

○ 다자간의 가이드라인의 적용과 그들 고유의 국가 수출 통제 개발에 대한 이해를 요구.

○ 국가들이 핵 수출 결정을 하는 데에 (핵물질의) 수령 국이 IAEA 안전조처 의무를 시행하는지 여부를 고려할 것을 권장.

핵 에너지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

○ 모든 조약 당사국들이 조약의 모든 조항에 걸맞게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수단을 교환할 수 있는 충분한 권리를 지님을 재확인.

○ 조약 당사국 중 비핵국가, 특히 개발도상국을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함을 재확인.

핵 안전과 안보

○ 모든 국가들이 핵물질과 핵시설의 안보와 물리적 보호에 최고 수준의 기준을 유지할 것을 권장.

○ 핵물질보호조약의 개정안 채택을 환영하며, 모든 국가들이 그것에 가입할 것을 권장.

○ 모든 조약 당사국들이 핵안전협약, 핵사고초기공지협약, ‘사용 후 연료 관리와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대한 공동협약’에 가입하길 권장.

○ 모든 국가들이 그들의 영토에서 핵물질의 밀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국가적 능력의 고양할 것을 요청.

○ 핵 공급국들은 수령국가들이 안전하고 확실한 ‘사용 후 연료 관리’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보조할 것을 권장.

○ 평화적인 목적에 사용되는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나 공격 위협이 핵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을 인식.

우라늄

○ 조약 당사국들이 자발적으로 민간 분야에서 고농축 우라늄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합의한 것을 환영.

○ 우라늄 채굴의 환경적 관리를 포함, 채취와 가공에 있어 기본 원칙 적용의 중요성을 인식.

핵연료주기에 대한 다각적 접근

○ 핵연료주기의 후기에 대해 다루는 제도와, 연료 공급을 보장하는 자발적이고 다각적인 체계를 만들기 위해 국가들이 더 많은 토론을 지속하길 요청.

지역 이슈

중동

○ 이스라엘이 NPT에 가입하고, 모든 핵시설을 포괄적인 IAEA 안전조처 아래 두어야 한다는 2000년 평가회의의 결과를 재확인.

○ 2012년에 중동의 비대량살상무기지대를 건설하는 회의의 개최를 요청.

북한

○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음을 재확인.

○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동북아시아 전체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됨을 확인. 북한의 6자 회담 의무 이행을 강력하게 요구, 조약(NPT) 복귀와 IAEA 안전조처의 고수를 요구.

남아시아

○ 파키스탄과 인도가 비핵보유국가 자격으로 NPT에 가입할 것과 그들의 핵시설을 IAEA 안전조처 하에 둘 것을 요구.

○ 두 나라가 핵무기와 운반 체계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과 기술의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을 요청.

기타 이슈들

투명성

○ 일부 핵보유국의 핵무기 저장량 공개를 확인, 모든 핵보유국에 이러한 관점에서 추가적인 투명성을 제공할 것을 권장.

보편성

○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같은 모든 조약 비당사국들이 지체 없이 가입하길 요청.

○ 모든 조약 당사국들이 조약의 보편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을 요청.

탈퇴

○ 조약 탈퇴의 주권적 권리를 재확인하지만, 탈퇴 공지 의무를 재확인.

○ 탈퇴 국가는 탈퇴 이전의 NPT 의무 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함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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